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선대 이병철 회장의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등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한푼도 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강경발언이 나오자 CJ그룹도 감정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6시 30분경 기자들과 만나 "고소를 하면 끝까지 (맞)고소를 하고 헌법재판소까지라도 갈 것"이라면서 "한 푼도 내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선대회장 때 다 분재(재산분배)됐고 다 돈들을 갖고있다. CJ도 (선대 회장때 분배한 재산을) 갖고 있는데 삼성이 너무 크다 보니까 욕심이 좀 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소송을 가장 먼저 제기한 원고는 이맹희 씨인데도 이건희 회장은 이맹희 씨의 아들 이재현 회장의 CJ그룹을 언급했다.

이 회장은 소송제기자들을 자극했다. 그는 "섭섭한 마음은 안든다. 상대가 안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측의 이재현 회장 미행 사건이 불거진 상황에서 미행 사건에 대해 삼성측이 사과 한마디 없는 판에 나온 강경 발언에 CJ측은 개인간의 일로 회사와는 무관하다며 겉으로는 중립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CJ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과 이맹희씨의 개인적 차원의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CJ 관계자는 "두 사람 사이의 일"이라면서 "그룹 차원에서 특별히 밝힐 입장은 없다"면서도 "사실 아버지를 돈만 욕심내는 수준 이하의 사람으로 폄하하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을 아들이 어디 있겠느냐"며 이재현 회장의 의중을 대변했다.

특히 "삼성 직원이 연루된 이재현 회장 '미행 사건'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저럴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CJ는 미행사건이 삼성그룹 차원에서 꾸며진 일이라고 확신하면서 삼성측에 '성의있는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CJ는 소송이 '이맹희씨와 이건희 회장 사이의 일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중립'을 취한다는 입장이었다.

소송이 제기됐을 무렵 원만히 해결하는 쪽으로 삼성과 서로 접근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행 사건에 이어 이건희 회장의 이러한 강경 발언이 불거지자 소송을 낸 형제간 '공동 전열'을 확고히 가다듬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대응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측은 "언제까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지 의문이 든다"면서 CJ의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이 이날 "상대가 안된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친 것도 이맹희씨를 따라 소송을 낸 형제들의 감정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병철 일가에서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상속분 청구 소송을 낸 집안은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차녀이자 이건희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 씨, 차남인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의
아들 이재찬 씨의 미망인 등 세 집안이다.

이맹희 씨는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지난 2월 7천100억원대의 상속분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고 같은 달 말 이숙희 씨는 1천900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재찬 씨의 부인과 아들은 지난달말 1천억원대의 주식 인도 청구 소송을 내는 등 세 집안을 합치면 소송가액이 1조원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