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개나리꽃 보면

                                                                                 이성이

노란 개나리가 피면
첫 애 걸리고
입학시키려 가던 때가 생각이 난다
세월이 이십 년 넘게 지나 시집보낼 일 걱정할 나이인데도
바싹 말라 담장에 늘어진 덤불
노오란 꽃이 예쁘게 피기 시작하면
웬지 몰라, 나도 예쁘게 차려입고
큰 애 손잡고 학교 가던 생각
그냥 뿌듯하고
뭔가를 하나 이룬 것 같고
지금 생각해 보면
처녀 때처럼 막연한 설레임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그러나 무조건 '잘해야지!'
이 생각만 있던 때
학부모 참관수업 끝나고 돌아오는 길
노란 동굴 같던 학교 담장 길에서
나, 가득 부풀었던
개나리꽃 보면 내 나이 서른 막 지난 무렵
참 씩씩했던

동랑시선 '혀에 대한 그리움' 중에서

이성이 시인은 2008년 전국신춘문예 당선시 중 왕중왕,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설립위원, 강남문인협회 이사,  아모르파티연구소연구원으로 활동중이며 시집 '갈비뼈가 부러진 포옹'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