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에선 만인이 평등한데 왜 검사 판사들에 대한 소환을 피하나" "검찰은 잘못한 경찰을, 경찰은 잘못한 검찰을 (원칙대로) 잡아들이기만 하면 검찰, 경찰 모두 깨끗해진다"(조현오 경찰청장)
 
"목욕탕 같으면 땀이나 빼지, 왠 딴소리야"(서울중앙지검3차장검사)
 
최고 권력기관인 검찰과 경찰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지방의 한 중소도시에서 발생한 경찰의 고소사건을 경찰과 검찰의 최고 수뇌부까지 나서 감정섞인 격한 말까지 주고 받으며 막장싸움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검경수사권조정 갈등 이후 잠시 주춤했던 양 조직간 갈등이 다시 표면화 되는 양상이다. 
 
경찰은 최근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수사개시권 사용의 호기로 적극 활용하며 법조계를 압박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만년 복종적 집단이란 오명을 벗어나 자존심 회복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국무총리가 두 조직 모두 불만만 키운 채 미완으로 끝난 수사권 조정을 대통령령으로 강제 조정을 끝냈지만 쌓였던 불만이 터져냐오고 있다.
 
검찰은 최근 경찰내 권력서열 2인자인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저축은행 비리 연루 혐의로 잡아넣으면서 경찰은 자존심에 치명상을 입었다.
 
그러던 차에 나경원 전 의원측 네티즌 고소와 이 대한 기소청탁 의혹이 제기되면서 판사와 검사가 두루 연루되자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고 언론에 수사의지를 알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피고소인 신분으로 나경원 전 의원 남편인 김재호 부장 동부지법(당시 서부지법 판사)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소환통보했지만 기소청탁을 알렸다고 지목된 박은정 검사와 사건을 기소한 최영운 검사(경주지청 부장검사)에 대해서는 소환 대신 서면진술로 대체했다.
 
조 청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왜 판사와 검사는 소환을 주저하느냐"며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고 언급했다. 수사상 지휘권을 쥐고 있는 검찰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
 
이런 상황에서 경남 밀양경찰서 정모(30) 경위가 지난 8일 박모 전 밀양지청 검사(현  대구지검 서부지청 근무)가 "검찰 범죄예방위원회 위원인 폐기물처리업체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사를 확대하지 말라고 했다"며 "직권남용, 모욕, 강요" 혐의로 경찰청에 고소했다. 
 
조 청장은 고소장 접수한 바로 다음날 본청 지능범죄수사과에 배당했다. 경찰청 지능수사과는 경찰청에서는 대검 중수부에 해당하는 최고의 수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해당 지청인 창원지검에 직접 브리핑을 지시했다. 자 창원지검 차장검사가 12일 직접 나와 "경찰이 고소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일축했다. 
 
조 경찰청장은 이에 대해 "개인이 고소한 사건을 조직(검찰)이 개입한다"며 곧바로 비판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13일에는 출입기자들과 경찰청내 목욕탕에서 목욕을 함께하며 "나쁜 경찰과 검찰을 잡아들이면 두 조직이 깨끗해질 것"이라며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피고소된 검사에 대한 수사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앙지검 윤갑근 3차장검사도 이날 오전 "내가 그 정도보다는 수준이 낳을거다. 목욕탕 갔으면 땀이나 빼지, 괜한 소리를 한다"고 조 청장을 정면 공격했다. 
 
윤 차장검사는 밀양사건의 당사자인 밀양경찰서 정모 경위를 향해 "인권의 'ㅇ'자나 아는 놈인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는 이날 경찰청 수사개시 보고를 접수하고 "경찰청은 수사관할이 아니다"며 해당 지방경찰관서로 이송하도록 수사지휘했다.
 
검찰은 "밀양사건은 고소인(경남 밀양거주), 피고소인(대구 거주)의 주거기 및 사건 발생지가 경남 또는 대구이며 이 사건의 참고인들 역시 밀양과 부산에 거주하고 있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관할권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4조1항에 따라) 범죄자 또는 피고소인주거지를 관할하는 경찰관서로 이송하여 수사하도록 지휘했다"는 것이다.
 
4급 상당 이상 공무원에 관한 사건은 대통령령(74조)으로 수사개시 보고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관련 대책마련을 위해 수사재지휘 청구 등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권조정 갈등으로 촉발된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급기야 두 권력기관 수장간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치안과 인권보호, 법과 정의수호라는 임무를 위탁한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현재의 검찰과 경찰갈등은 조직의 이익 만을 지키기위해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냉소가 적지 않다.   
 
조 청장은 정권에 과잉충성한다는 비판을 그동안 받아왔다. 쌍용자동차 노조 강제진압(경기경찰청장 당시)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망언과 청문회 불성실 태도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금품수수 등 경찰비리는 덮어둔 채 자신이 안위에 필요할 때만 수사권 조정을 들고나와 국민들이 바라는 진정한 의미의 수사권 독립 필요성은 물론, 경찰 내부의 수사권 독립의지와 거리가 있어 수사권 독립 주장을 하면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 역시 피의자를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부당수사 등을 막기 위해 수사지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권위적 편파수사, 권력형 비리 수사 등에서 산 권력에 약하고 죽은 권력에 강한 모습을 보여오면서 국민신뢰를 잃은 상태여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얻지 못해 시민들 사이에서는 두 기관의 주장은 메아리없는 권력투쟁, 조직이기주로 비쳐지고 있다.  
 
한편 두 조직의 수장은 공교롭게 이명박 대통령이 고대 인맥 중용으로 만들어진 고대 선후배다. 

조현오(57) 경찰청장은 한상대 검찰총장보다 4살 많은 대학선배(고려대)지만 경찰청장은 중앙지검장의 수사지휘를 받는 입장이다. 조 청장이 57살로 한 총장보다 4살 위다.
 
조 청장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외무고시 15회, 한상대 총장은 법학과를 나와 사시 23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