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진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비서 고명진씨의 돈봉투 살포 고백 직후 박희태 국회의장이 9일 의장직을 사퇴했다.

박 의장의 사퇴는 지난 1월4일 돈봉투 살포 폭로 이후 한달여만에 자리를 물러났다.
비리와 관련해 중도하차한 경우는 박 의장이 처음이다.

박 의장은 한종태 국회 대변인이 이날 오전 10시 국회정론관에서 대신 발표한 사과문에서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저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저는 큰 책임을 느끼며 의장직을 그만두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관련된 사람이 있다면 모두 저의 책임으로 돌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18대 국회 후반기 의장인 박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29일까지이다.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지 못한 경우는 이승만, 이기붕, 박준규 등에 이어 역대 4번째다.  특히 비리관련 사건과 연루돼 현직 의장이 불명예 퇴진한 것은 박 의장이 처음이다.

박 의장의 사퇴는 일부 언론이 이날 그의 전 비서 고명진씨가 2008년 전대 당시 고 의원 측에 건네진 문제의 300만원을 돌려받은 뒤 이를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보도한 직후 나온 것이다.

최측근의 고백으로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이 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은 그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의 사퇴 촉구와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거부해왔으나 검찰 수사의 칼날이 좁혀오자 더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의장과 2008년 전대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정무수석은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박 의장 돈봉투 사건은 "박 의장측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네받았다가 되돌려주었다"는 고 의원의 증언으로 지난 1월4일 처음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