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배임과 관련 상장폐지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한화가 고비를 넘겼다.

한국거래소는 5일 회의를 열고 한화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한화가 경영투명성 개선방안과 이행계획서를 제출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심사한 결과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한화는 거래가 중단된지 2일만에 주권 등에 대한 거래가 6일부터 다시 정상거래된다.

거래소는 5일 긴급회의 결과 "한화가 경영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한 신뢰도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한층 강화된 내부통제 장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투자자의 환금기회 제약과 시장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앞서 지난 3일 김승연회장 등 경영진 배임 공시와 관련, 검찰이 거래소는 실질심사 대상여부 검토를 결정,10대그룹 계열사 가운데 첫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었다. 상폐위를 벗어남에 따라 한화와 투자자들은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화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하고 투자자들도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또 대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과 지연 공시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사건에 대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대응에 나서 일요일 회의꺼지 열었다. 그리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초 거래소는 6일부터 한화의 주식거래를 정지시킨 뒤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 판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거래소는 계획을 뒤집어 속전속결로 나갔다.

이와관련거래소는 "한화에 대한 실질심사 결과, 영업의 지속성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에 대한 상장 적격성은 인정된다"며 "경영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신뢰도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한층 강화된 내부통제 장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장의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판단이었으며 한화가 관련 자료를 신속히 제출해 적극적 개선 의지를 보인 점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의 신속한 결론은 10대 그룹 계열사인 한화의 매매거래 정지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한화 측이 신뢰도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인 점도 영향을 줬다.

한화는 재발방지와 신뢰 회복을 위해 투명경영 제고방안을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화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주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에 대하여 깊이 사과드린다. 향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더욱 투명한 기업경영을 실천해 주주의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가치가 증진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가 밝힌 개선안에는 내부거래위원회 운영 강화, 준법지원인 제도의 실질적 운영, 이사회ㆍ감사위원회 기능 강화, 공시 업무 조직 강화 등이 담겨 있다.

거래소의 빠른 의사 결정으로 한화는 거래 중단과 상장폐지 실질심사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거래소의 빠른 의사 결정이 시장 안정에는 도움을 주겠지만 대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이 나오고 있다.

코스닥이나 중소기업이라면 한참동안 걸려 기업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져 상장이 유지되더라도 신속하게 결정되지 않아 애를 태우게 한 것과 비교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조치다.

지난 1년간 유가증권시장에서 횡령ㆍ배임 발생이나 사실확인 공시를 한 기업은 10곳이지만 이 때문에 상장 폐지된 기업은 한 곳도 없지만 이들 업체는 매매정지 기간을 거쳤고 코스닥시장에서는 작년에 횡령ㆍ배임 사건을 겪은 13개 기업이 상장 폐지됐다.

한화 측의 지연공시와 이에 대한 거래소의 대응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월30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을 배임ㆍ횡령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고 한화는 지난해 2월10일 공소장을 받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한화의 공시는 3일 저녁에야 나왔다.

한화는 실무자의 실수때문이었다는 군색한 변명을 내놨다. 1년이나 되도록 배임혐의 공시를 지연한 사실을 적발하지 못한 거래소의 관리부실도 문제다.

한화가 내놓은 공시와 5일 내놓은 보도자료의 진정성도 의심된다. 한화는 공시에서 재판결과가 난 게 아니고 검찰의 주장이라는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다 여론이 불리해지자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한화측은 공시 발표 이후 거래소를 상대로 상정유지를 위해 치열한 로비와 설득작전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폐제외 결정에도 불구하고 주가하락 등에 따른 투자자 피해는 불가피하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한화는 그룹 주력사인 데다 배임ㆍ횡령에 따른 자기자본 희석효과로 단기적으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검찰 고발 단계인 만큼 향후 판결 과정 등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