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의 부영건설이 남해고속도로 옆에 대규모 임대 아파트 단지를 준공하고도 100억원대의 방음벽 설치를 빼놓고 공사를 했다가 사후 소음 문제가 제기되면서 2년째 광양시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지 못해 계약자들이 입주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영그룹은 한국도로공사에 방음벽 설계를 의뢰하고 설치하기로 했지만 도로공사와 공사계약 체결도 미루고 30년 간 관리보수 비용 100억원을 미납한 채 버티기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방음벽 공사업체를 선정해놓고도 공사를 10달째 착공조차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영그룹은 이중근 회장이 자녀 출산 직원에게 1억원씩 지급하고 고향의 초중학교 동창들에게 고향사랑을 담아 5천~1억원대씩 통장에 넣어주거나 카이스트 리모델링 200억 쾌척(9.1) 등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번 일로 부영그룹은 착한 기업이라는 기업 이미지의 이면에 서민의 삶은 외면하는 또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30일 서울 중구 태평로 본사에서 열린 약정식에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왼쪽)과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관할행정기관인 전남 광양시 등에 따르면 부영건설은 2014년부터 6,400여 세대 규모의 '목성지구 택지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곳은 남해고속도로가 바로 옆으로 지나고 있다.

첫 단계로 2019년 7월 A,B 블럭에 대해 첫 삽을 뜬 지 3년 만인 2022년 '광양 목성 파크뷰 부영' 아파트 1,2단지에 18개동, 1490세대를 준공하고 사용승인을 신청했다. 문제는 이들 아파트가 남해고속도로변에 위치했음에도 공사비 절감을 위해 방음벽을 설치하지 않은 채 건물만 준공된 것이다. 

광양시는 소음이 생활소음 기준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사용승인을 불허하고 방음벽 설치주문했다. 광양시 측은 "방음벽은 부영그룹이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포함된 것인데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민들의 입주 지연 불편은 부영그룹 측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부영건설은 계약자 입주 지연을 이유로 들어 광양시에 '조건부 사용승인'을 요청했다.

고속도로에서 건물에 가려 소음이 덜 한 아파트 건물에 대해서는 입주할 수 있도록 사용승인을 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방음벽 설치는 서두르지 않았다.  

결국 광양시는 고속도로에서 좀 떨어진 총 18개동 1,490세대 중 14개동, 1064세대만 2022년 12월15일자로 사용승인을 내줬다. 그러나 5개동, 426세대는 여전히 소음이 커 사용승인을 불허하고 있다.

광양시 건축과 공동주택허가팀 관계자는 "미사용승인 아파트는 방음벽 설치가 되어야만 소음기준(데시벨)을 충족할 수 있어 현재로서는 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남 광양시와 한국도로공사 광주전남본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부영건설이 의뢰한 방음벽 설치 설계를 마치고 2023년 12월 시공업체를 선정한 상태다. 한국도로공사는 부영건설에 30년간 방음벽 하자보수관리 비용 100억원을 일시납으로 지급할 것을 제시했다. 

그러나 부영건설은 금액이 너무 많다며 지급을 거절한 채 응하지 않고 계약서 작성과 결제를 미뤘다. 이후 한국도로공사는 부영그룹 측과 협의 끝에 도로공사가 100억원에서 86억원으로 하향 조정해주기로 했다. 14억원의 발생은 도로공사 측이 부담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부영그룹 측은 이 금액에도 최고경영진이 실무진의 보고 및 승인요청에 결제하지 않으면서 방음벽 설치 공사 계약서 작성과 방음벽 관리비용 납부도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부영건설은 그룹 총수인 이중근 회장이 최종 승인을 해야 하는데 86억원도 비용이 크다며 결제를 미루고 있어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부영그룹 홍보실 측은 정확한 비용에 대해 말을 아끼고 세부 내용은 공개를 꺼리고 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도로공사 측과 협의가 진행 중이다. 잘 협의해 나가겠다는 말씀만 드린다. 더이상 자세한 내용은 해당 부서에서만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말 방음벽 설치공사 업체를 선정하고 공사비 역시 100억원에서 86억원으로 조정돼 곧 방음벽 설치공사를 착수할 것처럼 보였는데 회장님이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한국도로공사는 방음벽 설치공사업체까지 선정해놓고 공사는 시작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양시에 따르면 방음벽 설치는 이미 2014년 목성지구 사업 착수 당시 포함됐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파트 건설 공사를 하면서 방음벽 설치공사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아파트는 서민용 임대아파트로 지어졌다.

부영그룹은 2014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던 전남 광양시 '목성 지구 택지개발사업'을 넘겨받았는데 당시 공기업이 민간기업에 사업을 넘겨주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광양시 남해고속도로변의 '목성 택지지구를 개발 중인 부영건설의 '목성 파크뷰 부영' 1단지 아파트 옆이 고속도로 방음벽 없이 소음에 노출돼 있다. 가운데 건물 1003동, 그 왼쪽으로 2001동이 서있다. 부영건설은 총 6400세대 중 1단계로 2017년 A,B블럭에 아파트 공사를 착공해 2022년 18개동 1470세대를 준공했다. 그러나 방음벽 미설치로 소음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광양시는 계약자의 입주 지연 피해를 막기 위해 2022년 12월15일자로 조건부 승인을 내줬지만 4개동(426세대)에 대해서는 소음상태가 심각해 사용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부영그룹은 2019년 A.B 블럭에 9개동 1,400여 가구에 대한 착공식을 진행했다. 부영그룹은 이 곳에 총 6,400여 세대의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이중근 회장을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해 재벌총수에 대한 특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회장은 최근 대한노인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