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폭우 때 실종자 수색작업 중 숨진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외압 고발 사건과 관련 이종섭 주호주 대사측은 "국방부 장관으로서 법령이 부여한 직무상 권한에 따라 정당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며 "그 어떠한 위법도 없었다"고 27일 밝혔다.

이 대사 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는 신속히 자신을 소환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이 대사의 변호인 김재훈 변호사는 27일 공수처에 조사를 촉구하고 혐의를 반박하는 취지의 11쪽 분량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가급적 신속하게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미 사실관계가 모두 드러나 있는데 도대체 향후 수사로 더 밝혀야 할 고발 관련 의혹이 무엇이냐"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국방부 장관이 '사단장을 (채상병 사건 과실치사 혐의자 명단에서) 빼라'고 외압을 행사한 것처럼 보도됐는데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며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도 바로잡은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 권한이 없는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는) 수사가 아니어서 수사 외압이란 논리가 성립될 수 없고 고발 자체가 정치 공세"라며 "공수처는 출국금지 해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그런 정치 공세에 힘을 실어줬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본인도 알지 못했던 출국금지 사실을 특정 언론이 어떻게 알았는지 보도했다"며 "졸지에 '파렴치한 해외도피자'라는 지탄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감내하기 힘든 치욕"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지난해 11월 가족과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며 "공수처가 고발 이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뒤늦게 출국금지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이 대사가 내달 중순 이후에도 국내에 체류할 가능성에는 "저희도 답답하다"고 했다. 

이 사건은 더불어민주당이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채상병 사건 관련 기록을 회수하도록 지시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이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공수처는 이 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지난해 12월 출국금지 조치했으나 법무부가 이달 8일 당사자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출국금지를 해제했다.공수처는 지난 12일 이 대사에 대해 "소환조사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18일에는 "(이 대사)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다"며 대통령실의 입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 대사는 이달 10일 호주에 부임했으나 '수사 회피' 논란이 일자 11일 만인 21일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회의 참석을 이유로 자진 귀국했다. 

그러나 정작 이 대사가 22일 귀국해 조속한 소환조사를 요청하자 이날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사를 출국금지조치를 연기해가면서 야당의 도피 주장을 뒷바침하는 듯했던 공수처는 막상 이 대사가 자진 귀국하고 신속한 조사를 촉구하자 소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당에서는 공수처가 정치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연간 200억원을 쓰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서 지난 22일 공수처를 향해 "선거 개입이고 정치질"이라고 맹비난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공수처의 입장 발표를) 잘못 본 줄 알았다. 이 정도면 총선 앞 정치공작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는 (이 대사 출국금지가) 필요하다는 입장까지 냈다. 그러면 국민들은 '구속될 만한 사안이 있나 보다, 큰 증거가 있나 보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라며 "그런데 부르지도 못하겠다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이것으로 인해 국민들이 받은 나쁜 인상은 다 어떻게 할 건가"라고 따졌다.

장광재 선대위 대변인도 논평에서 "소환 조사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범죄 혐의가 있는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선거를 불과 3일 앞두고 벌였던 대장동 게이트 사건의 주범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가짜 인터뷰 조작과 딱 판박이"라고 꼬집었다.

공수처는 22일 언론공지에서 "수사팀은 해당 사건의 압수물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및 자료 분석 작업이 종료되지 않은 점,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대사)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