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0News-Plus)] 4.10 총선이 49일 앞(D-49)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체제'가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 대표가 총선 지원을 요청한 정세균, 김부겸 전 총리가 현재의 공천을 바로잡으라고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포기한 것 아니냐, 당 지도부는 물론 이 대표가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공천 과정에서 빚어진 밀실 회의, 비선 논란, 정체불명 여론조사 등 비명 쳐내기가 노골적으로 진행되면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더이상 현 상황을 지켜보기 힘든듯 이 대표를 향한 비판이 봇물이 터지며 소용돌이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가 임채정·김원기·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 민주당 원로들과 회동한 직후다.

그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탈당에도 말을 아꼈던 두 전직 총리는 당내 '공천 파동'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무겁게 충고했다.

두 사람은 "우리는 일찍이 (이재명 대표에게) 민주당 공천이 투명성, 공정성, 국민눈높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런데 현재 진행되는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당이 사분오열되고 서로 신뢰를 잃게 되면 국민 마음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대표를 현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하고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총선 승리를 위해 작은 이익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아픈 구석을 찔렀다.

최근 비명계에 집중된 하위 20% 페널티 통보 등 자신의 특보나 법률대리인 등 자신의 개인사와 직결된 이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주려고 현역 비명계를 축축하려 한다는 비판받는 대목을 거론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원로 모임의 한 참석자는 "김 전 총리는 특히 박용진 의원이 하위 20%에 포함된 것을 '공정하지 않다'고 성토했다"고 전했다.

그간 이낙연 전 대표가 탈당하면서 이 대표는 두 전직 총리를 만났고 이 전 대표에게 힘이 실리는 것을 차단하며 선대위원장을 맡아주는 것이 민주당으로선 정통성을 위해 절실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 대표도 이런 이유로 두 전 총리를 만났다.

그런데 이들은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가 현재 상황을 바로잡지 않으면 총선 지원 유세도 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다.

이날 국회에서 2시간 가량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 역시 이 대표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최근 본인 지역구에서 자신은 빠진 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포함된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추 전 장관이 (국민의힘 동작을 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을 이길 것 같나. 만약 여기서 지면 이 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이 책임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체불명의 여론조사와 관련 의혹이 쏟아지자 조정식 사무총장은 논란이 된 여론조사에 대해 "대체로 당내 여러 기구에서 한 게 맞다"고 결국 시인했다다고 한다.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익표 원내대표가 마무리발언에서 ‘여론조사에 지도부로서 책임을 느낀다.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문제가 있는 여론조사업체는 제외시키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현역 배제 여론조사 등에 대해 당에서 한 조사가 아니다라고 극구 부인해왔다. 당 선출직공직자평가 및 경선 여론조사와 현역 배제 여론조사가 동일한 업체에서 진행됐다는 보도도 부인했다. 그러나 이날 조 총장이 기존 입장을 180도 뒤집으면서 민주당 지도부 및 공천관리기구의 신뢰성은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비선(秘線) 기구를 활용해 공천에 개입했다”는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의총에선 경선 과정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의원은 “하위 20% 명단이 누가 봐도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거나 다른 계파로 분류된 분들인데 객관적, 합리적 기준이 적용된 게 맞느냐”고 했다. 친문계 홍영표 의원은 “당 대표 측근 변호인단 공천을 하려고 이런 상황을 만드나. ‘이재명 사당(私黨)화’를 위한 작업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전해철 의원도 “(이 대표가) 통합선대위 구성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천 과정이 이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정작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 불참했다. 유투브나 인터넷서 회자되는 언어를 구사하고 불리하고 떳떳하지 못한 자리는 피하려드는 자가 대표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도부 비판이 거세지자 의총 중간에는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이나 김성환 인재영입위 간사가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이에 의원들은 "당 대표도 없는데 어디 가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김영주·박용진·윤영찬 의원에 이어 ‘하위 20% 의원’의 성토도 이날 이어졌다. 송갑석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일부러 패배하려고 하지 않는 한 저럴 수 없다는 게 현재 민주당에 대한 평가"라며 "공천 파동"이라고 평가했다.

박영순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와 측근들은 밀실에서 공천학살과 자객공천을 모의하고 있다"며 "이 대표와 공관위원장이 사표를 내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친문, 비문 쳐내기를 통한 친명당 만들기를 위해 노골적인 공천 시도가 이 대표의 사천 논란을 키우고 공천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한다.

인천대 이준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는 승리보다 민주당을 친명당으로 만드는 걸 이번 총선의 제1 목표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당을 친위대로 꾸리려다 자칫 더 많은 걸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 대표가 얘기하는 혁신(革新)은 '비명'의 가죽을 벗겨 찐명의 가죽잠바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불리한 현재 판을 뒤집으려면 이재명 대표가 총선 불출마 해야한다"고 이 대표에게 제대로된 처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