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 방침과 관련 의사단체에 이어 의과대학이 동맹휴학을 결의했다.

의대생 집단 휴학은 전공의 집단 사직과 더불어 의정 대치의 분수령이 될 수 있어 실제 휴학계 제출 여부와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교육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35개 의대 대표 학생들은 전날 오후 9시께 긴급회의를 열고 동맹휴학을 결정했다. 

이들은 의대생들에게 보낸 공지문에서 '휴학계 제출 일자를 20일로 통일해 40개 의과대학이 모두 함께 행동하는 것'에 대해 참석자 35명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전날(15일) 의사단체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정부 규탄집회를 열고 반대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해 오는 19일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는 20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현재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다.

박 회장이 사직서 제출을 예고하자 향후 집단행동에 대해 구체적 계획이 공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전공의들은 혼란스러운 기색이다. 박 회장의 행동이 개별적 집단사직의 물꼬를 틀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투쟁의 구심점'이 사라지고 혼란만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병원에서는 개별적 사직서 제출에 대한 내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원광대병원에서는 15일 전공의 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전성모병원 인턴은 지난 13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사직 의사를 밝힌대로 14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생들도 선배 의사들에 동조하고 나섰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전국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동맹 휴학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림대 의대 4학년 학생들은 가장 먼저 정부의 의료 개혁에 반발해 동맹 휴학을 선언한 상태다.다만  부모나 교수 면담이 필요해 휴학까지는 단기간에 집단휴학이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산하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주관으로 곳곳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해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발해 규탄집회를 열었다. 대한의협은 집행부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특히 서울시의사회는 이날 저녁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투쟁을 선언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며 "일방적인 대규모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이러한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책임자의 문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는 오는 17일 첫 회의를 열고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투쟁 방안과 향후 로드맵을 논의해 결정할 방침이다. 전 회원을 대상으로 집단행동 찬반을 묻는 투표도 재추진한다.

의협은 전공의와 의대생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함께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변호인 등을 동원해 법률지원단을 꾸리기로 했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의사들이 집단사직시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정부는 의사단체가 전면적인 파업 등 집단행을 벌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만일의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고 강력한 조치로 의사면허 취소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는 의대별 정원 확대를 통보할 계획이다.

박 회장 등 전공의들의 사직 의사에 대해서는 사실상의 집단행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박 회장의 사직서 제출에 대해 "이미 집단행동 교사 금지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에 이것을 회피하기 위한 투쟁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어떤 경우라도 집단행동으로 번지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전공의 등이 파업해 병원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하고, '진료 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전공의 현장 근무여건 개선으로 전공의 달래기에 나섰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현행 36시간으로 돼 있는 연속근무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전공의와 병원계 등이 참여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협의체'와 전공의를 전담하는 권익 보호 창구도 마련해 가동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움직임에 각 대학에 정상적인 학사 운영 협조를 요청했다.

학생들이 휴학을 신청했을 경우 학칙 등에 따른 절차와 요건을 명확히 확인해달라고도 당부했다. 휴학의 구체적인 요건은 학칙으로 정하게 돼 있는데, 동맹휴학은 학칙상 휴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정부는 환자와 국민의 생명을 볼보로 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