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9번째 무역 1조 달러 시대 진입. 세계적인 불황속에서도 일궈낸 값진 성과다.

한국보다 앞서 1조달러 테이프를 끊은 8개국 중 지난해 6개국만이 자리를 지켰다. 그만큼 오르기도 어렵지만 지키는 것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역 1조달러, 한화로 1130조원은 100달러 지폐로 높이 8884m인 에베레스트 산 136개를 쌓은 것과 맞먹는다.

북미시장에서 우리기업의 텔레비전이 3초에 한 대씩 팔려나가고, 전 세계 바다에서 석유를 퍼 올리는 시추선 주문량의 70%를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참치 횟감으로 인기 좋은 눈다랑어 수출도 한국이 최대 수출국이다.

지경부에 따르면 세계시장점유율 1위인 수출 효자품목은 74개에 이른다.

우리나라 수출시장은 2003년부터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수출비중은 중국이 24%, 미국이 10%, 일본이 7%로 전체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수출편중 현상은 고속성장중인 브라질 등 남미와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개척이란 숙제를 남겼다.

브라질은 지난해 333만대의 차가 팔리면서 세계 4번째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했다. 한국 차들도 선전하고 있는데, 올해 현대차는 5년 전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11만대 이상을 판매해 일본 혼다를 제칠 것으로 보입니다.

브라질에선 사용 중인 재래식 브라운관 TV가 7천만대 수준. 이를 대체할 LCD, LED TV 시장은 삼성과 LG가 1,2위를 다툰다.

아시아 최초로 브라질 시장에 진출한 미래 에셋은 1년 만에 증권업계 20위권까지 오르며 선전중이다.

브라질은 월드컵과 올림픽 등 초대형 특수도 기다리고 있다. 곳곳에서 국제 행사를 앞두고 각종 기반 시설 공사도 크게 늘고 있어, 국내 기업들에게도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LG전자 브라질 법인 관계자는 국내 방송취재진에게 "(사회 기반 시설 등의) 비효율적인 부분들이 효율화되면서 전체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미 시장은 무역 1조 시대를 지켜갈 수 있는 새로운 노다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하이테크로 무장하는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앞서감 속에 샌드위치되고 있는 현실은 넘어야할 과제다. 수출 주력품목인 화물선은 지난 2004년 일본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지만 2009년부터 자리를 중국에 빼앗겼다. 

옷이나 신발 등을 수출하던 중국이 컴퓨터, 가전 등 하이테크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무역 1조 클럽 중 우리나라와 수출 구조가 가장 비슷해지면서 가장 무서운 경쟁국으로 부상했다.

또한 수출이 늘어나면 고용도 증가할 것이란 오랜 믿음으로 수출입국을 내세웠지만 갈수록 상황은 그러한 믿음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수출의 고용창출효과는 2000년에 1백만 당 15명에서 이제는 8.6명으로 줄었다. 대기업들이 시설투자를 해외로 옮기고 해외생산 비중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으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1위를 달리는 스마트폰, 지난해까지 거의 국내에서 생산했지만 올해 들어 해외 공장 생산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 60%에 이른다.

스마트폰이 많이 팔려봐야 돌아오는 건 예전보다 훨씬 적다는 얘깁니다.

무역 1조 달러가 일부 대기업만의 잔치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 열매를 골고루 나눌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