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실시된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 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

하나의 중국, 대만과 통일이라는 입장이 분명한 중국은 주류 민심을 대변하지 못한다며 라이칭더의 당선을 크게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과 대만간 불편한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진행된 대만 총통선거와 국회의원 동시선거에서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40.1%를 득표해 허우유이 후보를 6.6%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개표결과 라이 후보는 558만표를 얻어 득표율 40.05%로, 2위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436만표. 33.49%)를 6.56%포인트 차로 누르고 제16대 총통에 당선됐다.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는 민진당이 113석 중 51~52석을 얻었다.

3위를 차지한 커원저 민중당 후보는 369만표, 득표율 26.46%를 기록해 양당구도를 깨고 3당 체제를 굳혔다.

라이 후보는 당선인사에서 "대만 국민이 민주주의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세계에 보여줬다"며 "우리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민주주의의 편에 설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말하고 다. 중화민국, 대만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과 계속 나란히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간에 1% 포인트 이내로 초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라이 후보가 여유있게 승리했다. 

그러나 민진당은 이번에는 집권 직전 대선·총선인 2020년 선거에 비해 지지세가 축소됐다.

민진당은 3파전으로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했으나 득표율(40.05%)은 국민당과 양자 대결이었던 2020년 대선(차이잉원 현 총통 당선·57.13%)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

민진당은 총선에서도 전체 113석 중 2020년 61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던 것에 비해 이번 선거에서는 51∼52석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여소야대' 정국이 불가피해졌다. 

중국은 라이 후보의 당선에 주류 민심을 대변하지 못한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아 앞으로도 대만에 대한 압박이 예상된다. 

중국은 앞서 선거 기간 동안 라이 후보를 "급진적인 대만 독립 분자"라고 강도높게 비난하며 군사 시위를 이어왔다. 

중국 정부는 선거 결과가 나온 지 2시간 만에 "이번 선거 결과가 대만의 '주류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며 중국과 대만의 통일은 필연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라이 후보 당선이 확정되고 2시간여가 지난 13일 오후 10시 45분께(현지시간) 이같은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천 대변인은 "이번 대만 지역의 두 선거(대선과 총선) 결과는 민진당이 섬(대만)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기본 구도와 발전 방향을 바꿀 수 없고, 양안의 동포가 갈수록 가깝고 친밀해지려는 공동의 바람을 바꿀 수 없다"면서 "조국이 결국 통일될 것이고,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는 점은 더욱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라이 당선인이 중국과의 양안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도 시험대를 맞을 전망이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무력시위가 일상화 되면서 미중간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후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국제 사회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오후 11시 55분께 기자와의 문답 형태로 홈페이지에 게시한 입장문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며 "대만 섬 안의 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 세계에 오직 하나의 중국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기본적 사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 분열에 반대하며, '두 개의 중국'과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에 반대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정해신침'(定海神針·소설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사용하는 여의봉을 가리키는 말로, 어떤 상황을 안정시키는 신비로운 침이라는 의미)"이라며 "우리는 국제 사회가 계속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 분열 활동에 반대하면서 국가 통일이라는 정의로운 사업을 완수하려는 중국 인민을 이해·지지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