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제1야당 전.현직 대표의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중앙지법은 18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불법정치자금과 뇌물혐의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판사는"사안이 중하고 증거인멸 우려도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백현동 특혜개발과 검사사칭 사건과 관련해 배임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인신구속 결정은 유창훈 부장판사 한 사람의 손에서 결정됐다. 

법조계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으로 보면 이재명 대표가 송 전 대표 사안보다 중하고 거대함에도 송 전 대표에게는 영장이 발부되고 이 대표에게는 영장이 기각됐다는 점에서 전직 대표와 현직 대표의 차이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두 사람 모두 혐의에 대해서 전혀 인정하지 않고 반성을 하지 않았다. 앞서 이 대표를 비롯해 21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모두 검찰의 기획수사라고 주장해왔다. 송 전 대표는 괴변과 기행에 가까운 행동으로 일관해왔다.

제1야당의 전.현직 대표의 구치소행 티켓을 결정한 유창훈(50·사법연수원 29기)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3명 중 사법연수원 기수가 가장 빠른 선임이다.

대전 출신으로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광주지법 순천지원, 대법원 재판연구관,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퇴임에 앞서 마지막으로 실시한 법원인사에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유 판사를 올해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 배치했다.

민주당 전·현직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은 공교롭게 모두 유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 이는 구속영장 청구서를 접수한 날의 담당 법관이 심리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부임 직후 검찰이 대장동 의혹 관련 배임 등 혐의로 이재명 대표의 1차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담당 법관으로 지정됐지만,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별도로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했다.

지난 9월 검찰이 청구한 이 대표의 구속전피의자 심문도 유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

2차 구속영장은 국회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유 판사는 이 대표에 대해 9시간 넘는 심문을 마친 뒤 7시간 동안 고심한 끝에 영장을 기각했다.

유 판사는 전례를 볼 수 없는 892자 분량의 사유를 통해 기각 근거를 설명했다. 유 판사는 백현동 사건은 상당한 범죄가 의심된다" "위증혐의는 범죄가 소명됐다"면서도 "정당 대표로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유 판사는 이 대표가 대선 패배 후 보궐선거 출마와 당 대표 출마에 나선 이유가 뱃지를 다는 것이 방탄목적이라는 세간의 관측을 사실로 입증해줬다는 지적을 낳았다.

유 판사는 이후 정치판사라는 서초구 대법원 앞에는 근조화환과 유 부장판사의 얼굴 사진이 박힌 대형 비방 현수막이 한 달 넘게 내걸리는 등 비난과 공격에 시달렸다.

법원행정처가 이를 게시한 시민단체를 옥외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하는 등의 일이 있고 나서야 자진 철거됐다.

보수성향 시민단체가 직권남용으로 그를 고발하기도 했다. 검찰은 혐의없음이 명백하다며 조사 없이 각하 처분했다. 여권에서는 유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이 언급되기도 했다.

유 부장판사는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먼저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 씨 등은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무소속 이성만 의원에 대해선 "수사내용 및 피의자의 관여 경위, 관여 정도 등에 의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유 판사의 구속영장 발부는 정당 소속에 치우침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 부장판사는 18일 송 전 대표에 대해 6시간 반 가량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밤 11시 59분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안이 중하고 증거인멸 우려도 있다는 게 이유다. 이 대표의 경우 사안이 송 전 대표에 비해 가볍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지만 이 대표에게는 중하다는 표현은 없었고 당 대표여서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 관련 사건의 주요 증인이 될 수 있는 지인과 고발인까지 합해 이 대표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5명이 세상을 떠났다.

다만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놓고 사안의 중함을 놓고 볼 때 전직 대표에게 영장이 발부되고 현직 대표에게는 영장이 기각돼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