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연 문제를 시급히 개선하겠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공식 취임하며 취임 일성으로 밝힌 것이다. 이로써 75일간 이어져온 대법원장 공백 상태가 해소됐다.

신임 조 대법원장의 취임사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말이 나올만큼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 출신 등에 대한 범법행위에 대한 재판이 법정시한을 넘기는 등 논란이 된 재판 고의지연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조 신임 대법원장은 "법원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 재판 제도와 사법행정에 걸쳐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국민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라고 인정하며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취임사를 했다.

그는 "지난날 서슬 퍼런 권력이 겁박할 때 사법부는 국민을 온전히 지켜주지 못했다"며 "평등의 원칙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빈부 간에 심한 차별을 느끼게 했다"고 했다.

조 신임 대법원장은 권위주의 독재정권 시절 눈치를 보고 최근엔 재판 지연까지 나타나는 등 법원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사법부의 현실을 통렬하게 반성했다.

그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헌법 1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10조) 등 헌법 조문을 언급하고 "사법부는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했다.

이어 "불공정하게 처리한 사건이 한 건밖에 없다는 게 자랑거리가 아니라, 그 한 건이 사법부의 신뢰를 통째로 무너지게 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며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조희대 사법부의 기틀을 다질 내년 2월 정기 법관 인사에 대해선 "업무 환경의 변화를 세심히 살펴 효율적이면서도 공정한 인사 운영 제도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사법부의 숙원인 법관 증원과 함께 법원 공무원의 전문성 및 역할 강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취임식은 간소하게 열렸다. 75일간 대법원장이 공석 상태로 이어지면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가급적 취임식을 간소하게 치르고자 한 것이라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취임식은 대법원 2층 중앙홀에 간이식 접이의자 200여 개를 놓고 간소하게 열렸다. 전임인 김명수 전 대법원장 취임식이 열렸던 1층 대강당(600여 석)에서 했던 것의 3분의 1 규모다.

또 전국 각급 법원장을 모두 초청하던 관례도 깨고 현직 법원장 중에선 윤준 서울고법원장만 취임식에 초청했다.

조 신임 대법원장은 취임식 전 대법원 11층 대접견장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 이완규 법제처장 등 사법부 관련 외부 귀빈들과 차담회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