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용균씨 5주기 추모제가 9일 서울 도심에서  노동·시민단체 회원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5주기 추모위원회'는 이날 오후 종로 보신각에서 '일하다 죽지 않게' 추모제를 열고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트랜스퍼타워에서 작업 중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에 끼어 숨진 고 김용균 군을 추모했다.

김용균 사건은 노무현 정권이 도입한 파견법으로 확산된 비정규직 문제와 하청관계의 문제점이 응축된 상징적 사건이다. 공기업 민영화 후 비정규직 확대로 죽음의 외주화가 악순환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1월 시행됐지만 원청업체인 대표는 무죄가 확정돼 김용균 씨의 죽음은 한으로 남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김용균 사건 이후 도입된 '중대재해 처벌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유예 철회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처리를 촉구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김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노동·시민단체 관계자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먼저 김씨 사망 사고의 형사 책임을 원청 기업 대표에게 물을 수 없다는 지난 7일 대법원확정판결을 비판했다.

이들은 "법원은 원하청이라는 형식적 관계로만 사안을 볼 뿐 실질적인 고용·업무지시·작업 과정·권한에 대해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도 단상에서 "정부가 진상규명을 밝혔음에도 대법원은 잘못된 판단으로 우리의 피나는 노력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며 "아들을 죽인 회사가 어떻게 무죄이고 누가 이 부당함을 인정할 수 있겠느냐"고 비분강개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 중인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2년 유예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법 적용 유예는 그동안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던 정부와 정치권의 약속이 입바른 소리이자 국민을 속인 말장난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업장 규모를이유로 법 적용을 하지 않는 것은 인간을 차별하는 반사회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금영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폐기된 노란봉투법시행을 촉구하며 "하청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에 대한 실질적 교섭권을 보장받아야만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투쟁이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신각 추모제 후 서울시청 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 앞까지 행진해 희생자들에 대한 합동분향을 했다.

서부발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던 김씨는 2018년 12월 11일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1994년 출생한 김씨는 영진전문대를 졸업한 뒤 첫 직장에서 참변을 당했다.

김씨가 숨진 곳은 한국전력 발전 관련 계열사인 서부발전 태안화력본부에서 발전설비 관리 수리 업무를 수행하는 한국전력 계열의 한국전력기술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김씨의 사망 후 산업 현장의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한 이른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2020년 1월 시행됐고, 중대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작년 1월27일 시행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7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