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정책 여파로 재정상황이 악화된 한국전력이 억제됐던 전기요금을 수차례 인상하면서 소홀했던 자체 혁신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와함께 전기요금도 9일부터 인상했다. 다만 그동안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을 해오면서 서민부담을 늘렸던데서 특혜성 혜택을 주어온 대기업의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하기로 했다.

9일 한전에 따르면 전날 발표한 재무위기 해소 대책에서 9일부터 산업용 대용량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평균 10.6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주택용과 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은 동결했다.

또 눈총을 샀던 스스로 자구책 마련에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비판을 의식해 자구안도 내놨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특단의 자구책'을 발표했다.

한전이 내놓은 자구안을 보면 우선 서울 노원구 공릉동 인재개발원 부지와 자회사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일단 전기요금 인상 등에 앞서 정부가 주문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번 자구책은 지난 5월 한전이 발표한 25조7천억원 규모의 자구안에 이은 것으로, 추가적인 자산 매각과 본사조직 축소 등이 담겼다.

김 사장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한전 인재개발원 부지(64만㎡)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대부분이 자연녹지(99.3%)인 해당 부지의 용도변경을 추진한 뒤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재 2,500억원 수준인 해당 부지의 가치를 7,8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한전은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럴 경우 특혜 논란과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어 새로운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또 한전은 지분 100%를 보유한 한전KDN의 지분 20%를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전KDN은 전력산업 분야의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전담하는 한전의 자회사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알짜' 회사다. 지분 가치는 1천3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전KDN 지분 매각을 위해서는 국내 증시 상장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 역시 1년 정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전 관계자는 "인재개발원 등 자산 매각을 통해 1조원 정도의 현금 창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자산 매각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한전의 재무 위기에 즉각적인 도움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자구책에는 본사 조직 20% 축소 및 인력 효율화 계획도 담겼다.

현재 '8본부 36처'인 본사 조직을 '6본부 29처'로 축소하고, 유사조직 통합, 비핵심기능 폐지 등 본사를 정예화한다.

동시에 소규모 지사를 거점 지사로 통합하고, 통합 시너지가 큰 업무는 지역본부나 거점 사업소에서 일괄 수행하기로 했다.

인력 효율화를 위해서는 공공기관 혁신계획에 따른 '인원 488명 감축'을 올 연말까지 완료하고, 설비관리 자동화 등을 통해 2026년까지 700명 수준의 운영인력을 추가 감축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2급(부장급) 이상 간부들의 내년 임금 인상분 반납과 위로금 재원 확보 범위 내에서 창사 이래 2번째 희망퇴직 실시, 증원 소요 자체 해소 등을 통해 인력 효율화에 나서기로 했다.

한전은 희망퇴직을 추가 자구책에 넣으면서도 구체적인 시기나 규모 등은 밝히지 않았다.

한전은 매해 국정감사 때마다 적자 상황에서도 억대 연봉과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구체적인 시기나 감축규모를 밝히지 않아 실현 의지에 의심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