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5일 취임 이후 처음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 단상에 섰다.

시정질의는 시의원과 시장이 내년도 서울시 예산 심의 통과와 시정방향에 대해 묻고 대답하는 자리다.
 
25일 열린 시정질의에서 질의에 나선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7명. 당초 협조할 것으로 예상해 부담이 덜했던 박 시장은 시종일관 공격적 질문에 당혹감과 함께 진땀을 흘렸다.

다수당인 민주당 시의원협의회 대표인 김명수 원내대표는 질의에 앞서 대표의원연설에서 "박원순 시장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지만 일방적 편들기는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며 "그 어느때보다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김 원내대표는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는 파격행보가 박 시장 스스로에겐 봄날이겠지만 한편에서는 살얼음을 걷는 심정이다. 목욕탕의 수증기 같은 인기에 취해 내부의 상처는 내팽겨치고 바깥에서 정치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민주당의회와 소통도 협력도 끝"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첫 시정질의는 예상했던 대로 박원순 시장의 파격적인 행보와 공약사항 검증을 위한 질의가 집중됐다.
 
첫번째 질문자로 나선 이강무와 박 시장은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첫질문자로 나선 이강무 시의원(민주. 은평3)은 "시장 박원순 모습보다는 정치인 박원순 모습 우려하고 있다. 한 눈 팔 시간 있으면 공약 재검검하라는 지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박 시장은 "주민들 접촉하고 현장 나가서 민의 파악하는 것도 업무 파악하는 한가지 방식이다"고 맞받았다. 

"후보 시절 당선되더라도 딴 살림을 차리지 않겠다고 하셨는데 최근 정치행보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통합과 혁신에 대한 소신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박 시장은 "야권 단일후보로 선거를 치른 만큼 야권 통합과정에도 함께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책임이 전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 시의원은 또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과 서울시 부채 감축방안 등 박 시장이 후보 시절에 내건 공약의 타당성을 검증했으며, 부동산 침체 현상에 관한 박 시장의 의견을 물었다.

박 시장은 "1~2인 가구에 맞춰 소형주택을 건설하면 8만호 공급이 불가능하지 않다"며 "(이 시의원이 요구한) SH공사 등 5개 투자기관에 대한 특별회계감사 실시 여부는 충분히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관련해 "조만간 사업조정회의를 소집해 재검토하겠지만, 아직 시작되지 않은 사업은 취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뉴타운에 대해서는 "전세난을 야기한 측면이 있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공약했는데 전세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두 번째 질문자로 나선 신언근 시의원(민주당·관악4)도 가장 먼저 박 시장의 정치적 행보를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혁신과 통합 측면에서 최소한의 의무가 있긴 하지만 이를 최소화하고 행정에 몰두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오후질의에서 김기옥 시의원(민주당·강북1)은 북한산 우이동 콘도의 인·허가 과정에서 발생한 비리 의혹과 서울시 산하 시립병원의 부실한 관리감독 실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후손에게 물려줄 산의 경관을 해치고 훼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도시계획위원들이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도록 조직성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김형식 시의원(민주당·강서2)은 "재정의 확충 없이는 복지 확대도 불가능하다"며 내년도 예산안 항목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김 시의원은 언성을 높이면서 "SH공사가 우량기업이고 서울시 재정도 균형적인데 박 시장이 빚을 갚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지금은 빚 갚을 때가 아니라 어떤 복지가 필요한지 논의할 때"라고 따졌다.

그러자 박 시장은 "제가 대통령이라면 (지적하신 내용에) 100% 동의하겠지만 서울시 예산은 세입이 제한돼 있다"면서 "부채나 채무가 심각하지 않다는 말씀에 동의하진 않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알뜰하게 살림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서울 노원구 상원초등학교 학생들이 박 시장의 시정질의 출석과 시의회의 하는일을 견학하고 박 시장의 사인을 받는 등 초등학생들의 관심을 받기도했다.

이준우(4학년)군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보게돼서 너무 기뻤다. 할아버지 같은 푸근함이 서울시민들을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시정질문 일정은 28일과 29일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