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2주일 넘게 지속되면서 가자지구 주민 희생과 거주지 파괴로 폐허로 변하면서 전쟁범죄 중단과 휴전 촉구가 확산되고 있다. ·

중동 국가들과 유엔에서 인도적 구호품 보급을 위해 인도적 휴전론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편을 들고 있는 미국은 하마스만 유리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휴전 대신 일시 중지를 제안하며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가자지구로 구호품을 반입시키기 위한 군사 행위의 일시 중지(pause)를 촉구하고 있지만 휴전(ceasefire)에는 선을 긋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하마스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전쟁에 대해 굳건한 지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백악관 당국자도 이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정전문제와 관련, "현시점에서의 정전은 오직 하마스만 이롭게 할 뿐"이라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따른 민간인 피해와 관련한 질문에 "이것은 전쟁이며 전투"라며 "피를 수반하는 일이고, 추악한 일"이라고 답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어 "무고한 민간인들이 다치는 일들이 일어나는데, 나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그 일은 일어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스라엘이 그것(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도록 돕겠지만 그것(민간인 희생)은 불행히도 무력충돌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취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입장은 이스라엘의 공습에 국제여론의 비판에 마지못해 움직이는 양상이다.

미국은 지난 18일 안보리 의장국인 브라질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접근을 위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 초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이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 21일 이스라엘의 이스라엘에 자위권이 있으며 무장단체와 테러조직를 상대로 한 이란의 무기수출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했다. 하지만, 어떠한 군사 행위 중지나 휴전 언급도 담기지 않았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인도주의적 일시 중지'에 대해 "어떤 휴전이든 하마스에 휴식하고 재정비하고 이스라엘에 테러 공격을 계속할 준비를 할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런 태도를 보여온 미국은 수정된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하고 회원국에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24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구호품을 가자지구로 반입시키기 위한 '인도주의적 (군사행위) 일시 중지'(humanitarian pause)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자국 주도의 새 결의안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AFP와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는 지금까지 미국이 보여준 것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

로이터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이 임박한 가운데 계속되는 공습으로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인도적 지원 등을 위해 즉각 휴전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자 이같이 초안을 수정했다고 분석했다.

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4일 현재까지 가자지구에 반입된 구호물품은 바다에 떨어진 물 한 방울 정도에 불과하다며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호소했다.

결의안 수정안에는 가자지구에 구호품이 반입될 수 있도록 "인도적 일시 중지와 같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러면서도 일시 중지는 휴전과는 다르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이스라엘도 24일 유엔 사무총장의 휴전 요구를 거부한 채 이번 전쟁이 하마스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전쟁일 뿐만 아니라 "자유 진영의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번 결의안에 대해 "우리는 민간인 보호를 위한 모든 조치와 작전의 일시 중지를 일시적으로 할 수 있는 도구이자 전략으로 생각하고 싶다"면서도 "그것은 휴전과는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가자지구 지상전 및 민간인 피해에 대한 우려, 국제사회의 커지는 휴전 압박 속에 균형을 잡으려 하며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평가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이날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지지할 수 없다면서 아랍권이 지지하는 대로 휴전 촉구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란도 '즉각 휴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블라에 이스라엘에 대한 제한적인 공격을 허용했다.

이런 가운데 요르단의 라니아 왕비(53)가 CNN에 출연해 "서방이 이중 잣대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니아 왕비는 24일(현지시간) 미 CNN 인터뷰에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이 발생한)10월 7일에 일이 발생하자 국제사회는 즉각적으로, 그리고 명백하게 이스라엘 편에 서서 (하마스에 의해)일어난 공격을 규탄했다"며 "하지만 우리가 지난 2주 동안 목격하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의 침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부리로 한 가족을, 가족 전부를 죽이는 것은 잘못이지만 폭격으로 몰살시키는 것은 괜찮다는 것이냐"며 "여기엔 확연한 '이중 잣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이것은 아랍권에는 충격적"이라고 강조했다.

세련된 패션 감각 등으로 '중동의 다이애나비'로 불리기도 하는 라이나 왕비는 1993년 당시 왕자였던 압둘라 2세와 결혼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지만 국제사회 지도자들이 휴전을 촉구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라니아 왕비는 "이런 침묵에 귀가 먹먹할 지경"이라며 "이런 침묵을 본 아랍권의 많은 이들이 서방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과 엄호를 통해 이스라엘과 공모하고 있다고 받아들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아랍권의 많은 이들은 서방이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을)묵인할 뿐 아니라 지원하고, 사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요르단 국민은 슬픔으로 단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니파 이슬람교도가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시리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팔레스타인계 주민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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