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생명길인 라파 검문소가 다시 열렸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에게 전달할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행렬이 22일(현지시간) 이집트를 출발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AP, AFP 보도에 따르면 라파 국경 검문소는 이스라엘이 통제하지 않는 유일한 곳으로 구호품을 실은 트럭 17대가 통과했다.

구호품을 실은 트럭의 가자지구 진입은 지난 7일 하마스 이스라엘 간 개전 이후 이스라엘의 봉쇄 속에 전날 라파 검문소를 통해 트럭 20대가 들어간 이후 하루 만에 두번째 반입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200만명이 넘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필요를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구호품 반입과 검문소를 계속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유엔은 가자지구로 반입되는 구호품 물량이 매일 트럭 100대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첫날 들어온 트럭 20대 분량은 통상 하루 동안 반입되던 보건·인도적 지원품의 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평소 매일 구호품을 실은 트럭 600대~700대 분량이 반입됐다는 것이다.

가자지구의 생명길인 라파검문소를 통해 인도적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이 가자지구로 진입했지만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을 시사하며 공습을 강행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응한 보복공격을 넘어 가자지구 통치세력인 하마스를 궤멸까지 노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연일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22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전날 밤 골란 보병연대 지휘관들에게 "우리는 가자지구에 진입할 것이다. 하마스의 작전 시설과 기반 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작전과 전문적인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할레비 참모총장의 발언은 전날 처음으로 열렸던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서가 다시 닫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왔다.

할레비 참모총장은 또 "2주 전 안식일에 죽은 사람들과 상황들을 가슴속에 새길 것"이라며 기습 공격을 받았던 상황을 기억하라고 독려하며 복수심을 독려했다.

그는 이어 "가자지구는 복잡하고 인구가 밀집된 곳이다. 적은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도 이에 대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이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강력하게 시사한데 이어 나온 것이다.

갈란트 장관은 지난 19일 가자지구 접경 지역에 집결한 지상군에게 지금 가자지구를 멀리서 보는 사람은 누구든 안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튿날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외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공습에 이은 지상전으로 하마스 파괴 ▲ 숨은 저항 세력 제거 ▲가자지구에 하마스를 배제한 새로운 정권 수립 등 3단계 지상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스라엘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국인 미국은 헤즈볼라 등의 본격 참전에 대비하면서,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권고하는 분위기다.

앞서 이스라엘을 찾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한 뒤 연설하면서 "분노에 휩싸이지 말라"며 2001년 9·11 동시다발 테러를 당한 뒤 미국이 분노 속에 실수들을 범했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지상전 연기 권유 발언의 진의를 놓고 혼선을 빚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침공 연기를 권장(encourage)하고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나는 이스라엘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더 많은 인질이 자유의 몸이 될 때까지 지상전을 미루길 원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Yes)고 대답했으나, 그 직후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착오가 있다며 급히 수습에 나선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공세가 거세지자 주민 대피령을 확대하는 등 본격 대응에 나섰다.

이스라엘군과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레바논과 시리아 접경지대에 있는 14개 마을에 대해 추가로 대피령을 내렸다.

앞서 지난주 레바논 국경에서 2㎞ 이내에 위치한 28개 마을에 소개령을 내린 바 있다.

이스라엘은 또 이날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공항과 알레포 공항을 공습, 항공기 운행을 마비시켰다. 이란이 헤즈볼라 등에게 무기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통상 이스라엘은 이들 시리아 내 공항이 이란의 무기 공수 거점으로 보고 종종 공습을 통해 활주로 등을 파괴해왔다.

조나단 콘리쿠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북부 국경 지역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의 공격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 "헤즈볼라가 레바논을 전쟁에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얻을 건 없고 잃을 것만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박격포와 대전차 미사일, 드론 등으로 공격해왔고, 최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