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작은 월큽, 부모와의 이별을 이기고 꿋꿋하게 살아오던 한 20대 여성이 끝내 현실을 비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3시50분쯤 서울 동작대교 남단 부근에서 한 여성이 한강으로 뛰어내렸다. 근처에 있던 목격자가 즉시 경찰에 신고해 119 구조대가 즉시 출동해 1시간동안 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끝내 이 여성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여성이 뛰어내린 자리에는 배터리가 소진된 휴대폰과 손지갑이 든 가방만 주인을 잃은 채 남겨져 있었다. 

가방에서 나온 신분증에는 '생년월일 1991년X월X일, 박XX 주민번호 XXXXXX-2XXXXXX'라고 씌여 있었다. 제일 먼저 신고를 받은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 여성의 신원을 조사했다.

박모(19)양은 월세 27만원짜리 고시원에 혼자 살고 있었다. 이태원의 한 페밀리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 수입은 80만원 정도였다. 부모를 수소문했지만 찾지 못했다.

겨우 찾은 친척들은 그저 울기만 했다. 그녀가 5살때 부모는 이혼했다. 두살 아래 여동생과 함께 박양은 조부모에게 맡겨졌다. 그때부터 아버지와 어머니는 잘 만날 수가 없었다.

지난해 경기도 가평에서 고교를 졸업한 박양은 서울로 상경했다. 이리저리 직업을 찾았지만 제대로 취직할 수 없었다. 그동안 1시간당 몇푼 받지 못하는 아르바이트 일을 해왔다.

친척들이 같이 살자고 했지만, 그녀는 홀로 살겠다고 거절했다. 박양의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어린 나이에 피붙이들로부터 당한 설움때문이 아니었을까 조사를 담당한 경찰관은 짐작했다.

힘들게 살아오던 박양은 지난달 30일 아르바이트 일을 하던 레스토랑 점주에게 "고시원비도 밀리고 해서 너무 힘들다"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 다음날 박양은 출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박양은 한강에 투신한 것이다.

경찰은 박양이 주로 중산층 이상 가족들이 함께 외식하러 오는 페밀리 레스토랑 일을 하면서 자신의 비극적인 가족사와 경제적인 궁핍,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외로움 등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부모에게 버림받았으면서도 동생을 돌보며 억척스럽게 삶을 살아온 열아홉 꽃다운 처녀는 그렇게 세상을 등진 것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계속 박양의 사체라도 찾기 위해 수색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