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과 제조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사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업주의 안전 의식을 높여 안전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급기야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시행 초기 1호 처벌을 피하기 위해 건설현장은 작업 중단 조치 등 꼼수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법 시행 이전과 똑같이 노동자 생명은 돈 몇 푼에 바꾸면 되는 부속품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회사에 강력한 안전대책 수립을 하도록 강제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최근의 추세는 법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경기도 광명에 있는 기아차 소하리 공장에서 40대 노동자가 처참하게 숨졌다.

시험운행 차량을 분해하던 중 무게 500kg에 달하는 전기차용 배터리가 떨어지면서 노동자가 깔려 사고가 났다. 사고 당시 기아차는 간이 리프트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현장에서도 사망 사고가 계속되고 있는데, 지난달엔 공사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면서 2명이 숨졌고, 이달엔 외벽 도장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고용노동부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당시 영세기업은 부담이 크다는 경영계의 반발로 50인 이상 대기업에만 적용되고 있다. 사고는 대기업에서 더 일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업재해 사망자는 지난해보다 9% 줄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289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특히 대형 건설 현장의 경우, 사망자 숫자는 오히려 14%나 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됐지만 법 적용이 실효성을 갖지 못하고 있어 무용지물이라는 분석이다.

노동계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경각심을 줄 만한 판결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탓이 크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경영계는 안전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도 모호한 조항으로 경영진이 엄벌을 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시행령에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가 양측 의견을 수용해 먼저 명확한 안전 의무 조항을 제시하고, 지키지 않을 경우 엄벌해야 이견이 줄고, 효과도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행령에) 안전관리 조직 체계를 만들어라, 예산을 어떻게 해라 이렇게만…보완해서 구체성을 가져야 할 것 같고 의무내용을 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