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자생종 긴호랑거미에서 항생제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균을 잡는 신종 항균제를 발견했다.

13일 학계에 따르면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과 성정석 동국대 교수 연구진은 최근 컴퓨터 가상실험(in silico)을 통해 긴호랑거미 독샘 전사체에서 신종 항균펩타이드 'AATX-Ab2a'와 'AATX-Ab3a'를 발굴했다.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미생물학 프론티어스' 지난달 호에 이에 대한 논문을 게재했다.

외막이 있어 항생제에 내성을 갖기 쉬운 그람음성균에도 항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ATX-Ab2a'와 'AATX-Ab3a'이 병원균 막침투성을 높였다는 의미다.

'AATX-Ab2a'와 'AATX-Ab3a'은 농도가 16㎛, 32㎛, 64㎛일 때 대장균과 녹농균의 집락형성을 거의 차단했다.

특히 농도가 64㎛일 때는 세팔로스포린, 유레이도페니실린, 퀴놀론계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다제내성녹농균(MRPA)도 집락을 만들지 못하게 억제했다. 

이에 비해 인간 세포에는 낮은 독성을 보였다. 인간 세포는 농도 32㎛에서도 생존력을 80% 이상 유지했다.

앞서 국립생물자원관과 성 교수 연구진은 지난 해 11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염증 방지·세포 활성화·세포 생성 촉진 등 역할을 하는 아미노산 중합체인 펩타이드의 항균 기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연구진은 고초균, 대장균, 녹농균, 황색포도상구균, 표피포도상구균에 대한 항균 기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의 '펩타이드 탐색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항균 펩타이드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을 자생거미인 별늑대거미의 독샘 전사체(유전체에서 전사되는 RNA 총체)에 적용해 신규 항균 펩타이드를 두 종류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AI 기법은 단백질체 분석 등 기존 방식으로는 찾지 못하는 신규 기능성 펩타이드를 발굴했다는 데 의미가 있고 시간과 비용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능성 후보물질 개발의 효율을 높일 것이라는 게 국립생물자원관의 설명이다. 

거미 독샘에 있는 펩타이드는 세포파괴와 신경마비 특성이 있어 약품·식품·화장품 등에 기능성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