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예상대로 ‘조건 없는 매각명령’을 택했다. 주가조작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대주주 자격아 박탈된 론스타에게 여론이 요구해온 회초리를 드는 대신 론스타에게 ‘먹튀’ 수순을 밟을 수 있게 최선의 방안을 찾아준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8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게 6개월 안에 외환은행 초과지분(41.02%)을 론스타의 생각에 따라 매각하도록 명령했다.

매각 시한도 6개월로 은행법이 허락한 최장시간을 뒀다. 론스타는 매각 시한 6개월을 모두 달라고 금융위에 요청한 바 있다.

하나금융과의 매각재협상에서 인수가격이 어느 정도 조정될 수 있겠지만 론스타는 적어도 2003년 외환은행 인수이후 8년 동안 모두 5조원대 수익을 챙겨 한국을 떠날 수 있게됐다.

금융위 결정은 당장 “론스타 먹튀를 도왔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산업자본 여부’에 대한 판단을 건너뛴 것도 논란거리다.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은 뒤 정체불명의 펀드 5개를 편입한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이에 대한 판단절차를 생략한 것이다.

은행법상 인수자본 중 25% 이상이 산업자본이라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만큼 이 펀드의 성격에 따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원천무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당시 론스타 인수자본의 21.3%가 산업자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외환은행 노조 김기철 위원장은 즉각 성명을 내고 “징벌적 성격이 가미되지 않은 매각명령은 불법적인 특혜”라며 “총파업을 불사한 전면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법원에 행정소송도 제기핲 계획이다.

◆징벌적 매각명령, 안했나 못했나

금융위의 매각 명령은 은행법에 따른 것이다. ‘사회적 신용요건’에 문제가 발생해 대주주로서 자격을 상실한 경우 론스타와 같은 사모펀드는 은행지분 10%를 넘겨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강제 매각’이 명시돼 있을 뿐 매각 방식과 관련된 구체적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재량권을 포기하는 소극적인 자세로 징벌적 매각명령을 피했다.

론스타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할 가능성도 있고 ‘투자위험국’으로 비쳐질수 있다는 우려다.

◆론스타 ‘5조 먹튀’ 카운트다운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인수 계약을 한 하나금융과 보유 지분 51.02%에 대해 주당 1만3390원씩, 모두 4조4059억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한 상태다.

계약 유효기간은 이달 말까지다. 론스타가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투자자를 찾아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세계 경기침체에다 시한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인수자 물색’ 제스처로 협상력을 높이려 할 가능성은 있다는 지적이다.

론스타는 하나금융과의 재협상에서 기존 인수가격을 지켜 수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과의 계약대로 매각하면 외환은행 인수에 들어간 2조1549억원을 빼고도 그동안의 배당, 일부 지분 매각 등의 이익을 더해 5조1536억원(세전 기준)을 남기게 된다.

론스타는 인수후 비용으로 신주발행 1주 750억원, 구주 인수 3084억원, 콜옵션 행사 7715억원 등 2조 1549억원을 들인 반면 수익은 배당 1조 7098억원, 일부 지분매각 1조 1928억원, 외환은행매각 4조 4059억원 등 총 7조 308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하나금융, 인수가격 깎을까

외환은행 주가는 18일 종가 기준으로 7900원. 인수가인 주당 1만3390원에 비하면 59%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주당 경영권 프리미엄이 5490원에 달해 계약대로 인수하면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된다.

외환은행 노조는 물론 금융권노조, 시민단체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무리한 인수욕심에 인수계약대로 인수하게 되면 국부유출과 주주이익을 침해하는 제2의 이완용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외환은행노조는 "하나금융의 인수자금 여력에 의심하고 있다. 외환은행 주식을 매각해 자금조달을 하게 될 것이라며 하나은행의 인수로 우량은행인 외환은행마저 동반부실해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와관련 하나금융 관계자는 “주가도 문제지만 유럽발 재정위기로 은행업종의 가치가 훼손된 점도 인수가에 반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그간 론스타와 가격 문제를 논의한 바 없다”며 “매각 명령 이후 론스타와 접촉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론스타 유죄 판결 이후 양측이 매각가격을 논의했으며, 이미 의견 접근을 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 지분은 론스타 51.02%, 수출입은행 6.25%, 한국은행 6.12%, 국민연금 3.97%, 우리사주 0.4%, 기타 32.4%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