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을 노리고 장애인 동생을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40대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살인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이모(46) 씨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유기치사 혐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상고 기각 판결로 확정했다.

앞서 이씨는 2021년 6월 28일 새벽 지적장애 2급인 동생(당시 38세)을 경기도 구리시 왕숙천 근처로 데려가 물에 빠트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씨가 부모의 상속재산 34억여원을 분할하는 문제를 두고 동생 후견인인 숙부로부터 소송을 당하자 재산을 모두 챙길 목적으로 범행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도 이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을 뒤집고 이씨가 고의로 동생을 살해했는지 입증되지 않았다며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동생이 졸린 상태로 현장을 배회하다가 실족해 빠졌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이씨가 동생을 직접 물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동생을 두고 갈 경우 강물에 빠질 수 있음을 인식했음에도 아무런 보호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동생이 사망했다"며 예비적 공소사실인 유기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런 항소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검사와 이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