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에서 차량에 치어 중상을 입은 70대 남성이 2시간 동안 11개 병원에서 환자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숨졌다.

지난 3월 대구에서 중상을 입은 10대 여학생이 병원 측의 진료 거부로 2시간 동안 병원을 찾지 못해 숨진 지 두달 여만에 또 유사한 상황이 발생해 환자가 거리에서 숨지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0일 오전 0시 30분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좌전삼거리 1차선 도로에서 50대 A씨가 몰던 그랜저 차량이 후진 중 도로 갓길에 있던 B(74)씨를 덮쳤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B씨의 복강 내 출혈이 의심돼 인근 종합병원 이송을 문의했다. 지난 3일 경기 서남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재지정된 수원 아주대병원을 비롯해 용인 세브란스병원과 성남 분당서울대병원·분당차병원·분당제생병원·가천길병원, 화성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수원 성빈센트병원은 '병실 부족'을 이유로 이송을 거부했다.

119는 안양 한림대 평촌성심병원에는 4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급대는 이후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과 고대안산병원으로 연락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급해진 구급대는 오전 1시 30분쯤 사고 현장에서 가까운 용인 신갈동 강남병원에서 B씨에 대한 응급조치를 취했다.

이후 1시 52분쯤 신갈동에서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경기 북부의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수용 가능 연락을 받았다.

B씨 상태가 심각해 헬기 이송을 검토했으나 날씨 때문에 이륙이 어렵다는 회신을 받은 구급대는 구급차로 B씨를 이송했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상태가 악화된 B씨는 40여분 뒤 심정지가 왔다. 이 남성은 이송 중이던 이날 오전 2시 30분 심정지가 왔고, 의정부성모병원에 도착한 뒤 오전 2시 46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의료 여건이 양호한 경기 남부권에서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까지 이르게 됐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대구에서는 10대 여학생이 응급상황에서 2시간 동안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자 보건복지부는 관련된 8개 의료기관 중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곳에 대해 보조금 지급 중단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번 경우에도 이송을 거부한 11개 병원에서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면 제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응급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요청을 거부하지 못하게 하는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다음달부터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