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후 기립박수를 받는 모습. / 사진 = KBS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l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이란 주제로 영어 연설을 했다. 약 44분간 진행된 연설 도중 의원석과 방청석에선 기립박수 26번을 포함해 총 60번의 박수가 나왔다.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법치, 인권의 공동가치에 기반한 동맹 70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앞으로 양국이 함께 지향할 미래 동맹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전쟁의 참혹한 상처와 폐허를 극복하고 번영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미국은 우리와 줄곧 함께해 왔다"며 "현대 세계사에서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유일한 사례인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의 성공 그 자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인류의 자유를 위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할 것이다. 미국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장된 경제적 역량에 걸맞는 책임과 기여를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대통령이 미 의회 연단에 오른 것은 지난 2013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윤 대통령의 연설은 당초 30여 분으로 예상됐으나 중간중간 의원들 사이에서 박수와 웃음이 터지며 44분간 이어졌다. 연설 중 나온 박수만 58번에 달한다. 1분에 한 번 이상 박수가 나온 셈이다. 이 중 23번은 의원들 전원이 일어난 기립 박수였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 민주주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은폐와 위장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전쟁을 거론하며 "1950년 한반도는 자유주의와 공산 전체주의가 충돌하는 최전선이었다. 대한민국은 우리와 함께 자유를 지켜낸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면서 "우리의 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함께 번영해나가고 있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일구어 온 중심축"이라고 다시한번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유를 향한 한미 양국의 동행과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는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확실하게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미의 단합된 의지가 중요하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층 강화된 확장억제 조치에 합의한 것을 토대로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을 더욱 가속화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북한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문은 열어두고 있다"면서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며, 최근 우리 정부의 북한 인권보고서 최초 공개 발간을 계기로 북한 인권 참상을 널리 알리고 열악한 인권이 개선될 수 있도록 美 의회가 함께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도 비판했다.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으면서도 자유민주주의 차원에서 한국의 역할을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규범을 어기고 무력을 사용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라며 "대한민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감행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자유세계와 연대하여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고 이들의 재건을 돕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한미동맹의 협력 무대가 한반도를 넘어 인태지역 그리고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으며, 협력의 영역 또한 외교 안보를 넘어 첨단분야, 우주,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시켜 나갈 것"이라며 "양국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여정에 美 의회가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 의회 연설에 나선 것은 박근혜(2013) 대통령에 이은 7번째로 10년 만이다. 앞서 이승만(1954), 노태우(1989), 김영삼(1995), 김대중(1998), 이명박(2011)  대통령이 연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