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친명계 중진인 정성호 의원은 18일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대해 "금액이 대개 실무자의 차비·기름값·식대 수준"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같은 당 장경태 최고위원도 50만원은 밥값 밖에 안된다고 밝혔다.

돈 봉투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재명 당 대표부터 소속 의원들까지 하나같이 위장 속에 가려졌던 진면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08년 한나라당 동봉투 의혹에 제기되자 한나랑당은 스스로 검찰에 고발했고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것과 달리 뻔뻔함으로 가득차 있다.

정 의원은 전날(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녹취록에서 민주당의 당직자이자 지역위원장, 사무부총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나오니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제 경험상 전당대회 하다 보면 당 대표가 관여하고 보고받을 시간이 거의 없다"며 "국민들이 전체적으로 큰 금액이라고 생각하지만, 대개 금액이 대개 실무자들의 차비, 기름값, 식대 이 정도 수준이다. 그런 구체적인 금액을 주고받았다는 것을 송영길 전 대표가 알았다면 용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박희태 대표가 돈 봉투 뿌렸다고 해서 중한 처벌을 받은 뒤 이런 관행이 없어진 줄 알았는데, 이런 뉴스가 들려오는 데 대해 너무 부끄럽고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의원은 언론을 통해 녹취록이 공개되고 있는 것과 관련 "피의사실 공표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검찰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라고 의심했다. 정 의원은 "검찰이 이 전 사무부총장이 갖고 있던 휴대폰을 압수해갔는데 거기에 보관돼있던 녹취 파일이 어떻게 외부에 유출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의심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는 독자적으로 입수했다고 하지만, 압수된 휴대폰에 있던 녹취파일이 어떻게 유출될 수 있는지 (의아하다)"며 "검찰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 안 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이어 "검찰에서 공식 발표를 하는 게 낫지, 언론에다 흘리는 것은 정치적인, 기획적인 행태"라며 "수사한 검사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을 언론에 흘려 야당 당 대표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당내 수습책과 관련 정 의원은 "어느 정도 수사가 이뤄지고 구체화되면 당에서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수사 경과나 밝혀진 사실에 따라 조치의 수준이 달라지겠지만 정말 이 기회에 민주당이 확실하게 변화했다는 걸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그런 혁신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송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30분간 통화한 것에 대해선 "두 분 말고는 통화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면서도 "송 전 대표가 당의 대표였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셔서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히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돈 봉투에 대해 밥값 수준이라고 가세했다. 특히 장 최고위원은 전날 기름값 발언에 불을 지핀 정성호 의원이 이날 사과 입장을 낸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상황 파악과 인식 능력이 있는 지 의문을 낳을 정도다.  

장 최고위원은 국회의원들에게 300만원씩 줬다는 말에 대해 "국회의원이 300만원 때문에 당대표 후보 지지를 바꾸거나 이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상황실장 등 20명에게 50만원씩 줬다는데 상황실장도 마찬가지다"며 그 돈으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실 50만원은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으로 이런 돈은 아마 실비이지 않을까. 이런 관행은 없어져야 되지만 50 원이 살포됐다는데 (이를) 거창한 금액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나"라고 했다.

진행자가 "언론이 과장 확대 보도하고 있다는 말이냐"고 묻자 장 최고는 "50억을 7명에게 준 것과 50만 원을 20명에게 준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장 최고위원은 진행자가 "어제 정성호 의원이 '이 돈은 차비, 식대 수준이다'고 한 그 말에 공감한다는 것인가"라고 하자 장 최고는 "보통 선거캠프는 오전 7시부터 저녁 11시까지 돌아간다. 상근 근무자가 하루 3끼를 한달간, 30일이면 그만큼 금액이 들 것"이라며 밥값 정도에 불과한 '돈봉투'를 부풀리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장 최고위원은 2018년 총선 당시 동대문을 선거구에 중진 민병두 의원 대신 전략공천으로 낙하산으로 내려와 배지를 단 초선이다. 청년 정치인이란 참신성에 지하방에서 사는 가난한 청년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가난 코스프레로 방송 전파를 탔다.

그런 그가 밥값 수준이라고 쉽게 얘기하는게 구태에 찌들 준비된 청년이었다는 점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어 민주당의 마지막 양심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장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과거 정의당과 국민의힘 가입해 정치권에 끈을 댄 신천지 측 간부와 인연을 맺고 제1기 청년명예국회의원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조직본부 양성평등가족위원회 상임위원장 등의 직책까지 맡도록 하는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도 해당 신천지 간부가 장 의원의 팬카페를 개설해 운영, 지원하고 있으며 장 최고위원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밝히고 있다.

똑같은 초선인 오영환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과 비교되는 장 의원의 행태는 정치권력욕에 가득차고도 생물학적 나이만 청년이라는 이유로 마구잡이식 공천을 하면 어떤 결과를 낳는 지 를 보여주는 표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 최고위원은 당시 당내 전략기획통으로 잘 알려진 민병두 의원을 제치고 낙하산 논란속에  전략공천됐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9일 페이스북에 "장경태 의원님이 오늘 라디오에서 '국회의원이 300만원에 지지를 바꾸겠느냐, 50만원은 한 달 밥값도 안 된다'고 말한 게 사실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돈봉투 근절 선언을 함께 하자는 요청에 묵묵부답이더니 300만 원이 별 거 아니라고 이야기 할 줄은 몰랐다"며 "300만 원은 평범한 청년들의 한 달 월급보다 많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길래 남들 월급을 별 거 아닌 돈으로 치부할 수 있느냐"며 "장경태 의원님도 반지하 월세 산다고 홍보 많이 했다. 300만 원이면 몇달치 월세 아니냐"고 지적했다.

장 최고위원은 "국회의원 기득권에 물들어 300만 원 돈봉투를 우습게 여기는 모습이 정말 실망스럽다"며 "국회의원이 참 대단하긴 대단한 직업인가 보라"고 비꼬았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돈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똑바로 반성하라"고 일침을 뒀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이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하여 “50만 원은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이라고 했다"며 "민주당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하여 돈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사실이라면,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일 것"이라며 "민주주의가 결과적으로 사람을 잘못 뽑을 수는 있어도, 특정 사람이 뽑히도록 돈으로 표를 샀다는 점은 민주주의 본령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늬만 청년이란 쇼 정치가 초래하는 결과를 민주당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날 박성준 최고위원은 전날 정 의원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