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에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지분을 상당량 보유한 사실이 알려져 재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고 구본무 회장의 배우자와 딸이 부친의 상속 지분을 다시 나눠야 한다며 구광모 회장에게 요구해 오너 일가 재산분쟁이 예고된 상황에서 영국의 투자업체가 (주)LG의 보유지분이 5% 넘게 보유한 사실을 공개하며 3대 주주로 등극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영국 투자회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 엘엘피(Silchester International Investors LLP)는 ㈜LG 지분 5.0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최대주주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지분율 15.95%)과 국민연금(6.83%)에 이어 빅3로 부상했다.

실체스터는 "㈜LG 지분도 앞서 2020년 이전부터 여러차례에 걸쳐 매입해 보유하고 있었지만 최근 단순 추가 매입으로 5%를 넘겨 보고의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 어느정도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지분을 매집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 펀드는 지난 5일 4만 7,000주를 주당 8만 4,446원으로 추가 매수하면서 지분율 5%를 넘게 된 사실만 기술했다. 지난 5일 실체스터가 매입한 규모만 약 40억 원이다.

구광모 회장으로서는 이 펀드의 3대주주 부상이 여간 신경쓰이지 않게 됐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구 회장은 최근 모친인 김 여사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 등 두 여동생들이 상속 소송에 나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상황을 맞아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실체스터는 이번에 ㈜LG 지분을 보유한 목적에 대해 '일반투자'라고 명시했다.

실체스터는 공시를 통해 "발행회사(㈜LG) 또는 그 계열회사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라며 경영참여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동시에 주주로서 권리 행사 활동에는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실체스터는 이어 "투자 매니저로서 고객으로부터 위임받은 임무를 이행하는 취지에서 의결권 행사나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자 한다"며 "배당 증액을 요청하는 것을 포함하며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밝혔다. 가족간에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상황에 처한 만큼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일반투자는 임원의 선임이나 해임, 보수산정, 배당확대, 정관변경 등을 요구하거나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실체스터 측이 주장하는 이 같은 형식의 '일반투자'에 대해서 시장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오갔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될 경우 실체스터의 역할이 적지 않게 작용할 수도 있다.

실체스터가 LG 뿐만 아니라 국내에선 KT와 한국전력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인데, 그 중 KT와 관련해선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전환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투자로 보유 목적을 바꾸면서 실체스터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제안을 하겠다는 입장을 공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일본에선 지방은행 몇 곳의 주주로 활동하면서 배당금을 늘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체스터가 어떤 수준으로 주주행동주의에 나설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구 회장이 가족들과 벌이는 상속 소송이 경영권 분쟁 조짐을 보이면서 3대 주주의 등극은 이익을 최대 우선시 하는 외국계 펀드 특성상 불똥이 어디로 튈 지 불안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재계에서는 창사 이래 분쟁이 한차례도 없었던 그룹 역사에서 이미 상속분쟁이 점화된 만큼 상처를 입은 상황으로 보고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자본의 본고장인 영국계 펀드가 경영권 분쟁 조짐을 기회로 타킷이 됐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도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로 등장하면서 지분구조가 취약한 상황인 정의선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