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유모 씨의 부인 황모 씨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 = KBS뉴스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황 모(49)씨가 남편 유 모(51)씨에 이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강도살인교사 혐의를 받는 부인 황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 인멸이 우려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남편 유모씨는 지난 8일 구속됐다.

범행을 계획하고 지시한 이경우와 납치·살해·시신유기에 직접 가담한 황대한(36)·연지호(30)는 전날 구속 송치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 배후로 지목된 황씨와 남편 유모씨는 '재력가 부부'로 알려졌다. 사실혼 관계인 이들은 지난해 9월 이경우가 범행을 제안하자 동의, 범행을 모의한 혐의를 받았다. 또 착수금 2000만원이 포함된 7000만원을 범행자금으로 준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부부가 가상화폐 투자 실패의 책임 소재를 놓고 피해자인 A씨와 민·형사 소송전을 치르는 동안 갈등의 골이 깊어져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또 범행 전 부부가 A씨 소유의 가상화폐를 빼앗아 현금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범행 이후에는 A씨의 계좌를 열어봤다는 이경우의 진술을 확보했다.

한편 이경우는 경찰 조사에서 "주로 범행과 관련해 물어보는 등 (황씨가) 주로 주도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와 황씨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전날 송치된 이경우, 황대한(36), 연지호(30)의 진술을 토대로 유씨 부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유 씨와 황 씨 부부의 혐의를 강도살인으로 변경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교사죄는 범죄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 범행하도록 해야 성립한다. 이경우의 제안을 받고 범행에 가담한 부부에게 이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부인 황씨까지 모두 영장이 발부되면서 경찰은 이경우(36), 황대한, 연지호에 이어 이들 부부에 대해서도 피의자 신상공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백남익 서울 수서경찰서장은 "두 부부의 구속 여부를 지켜보고 신상공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강도살인 교사범인지, 공동 정범인지는 구속기간 추가 수사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추가 수사로 부부의 범행 경위와 동기를 더 구체적으로 조사한 뒤 이번주 안에 이들을 함께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