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흑서'의 공동저자 권경애 변호사가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의 소송을 맡았다가 재판에 나가지 않아 패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2015년 학교폭력으로 숨진 여고생 박모 양의 유족이 서울시교육청과 가해학생들의 부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맡은 권 변호사는 소송에 나가지 않아 재판이 허무하게 끝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에서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가해자들을 상대로 유족이 항소해 작년에 세차례 2심이 열렸는데 권 변호사는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 양쪽 당사자가 3회 이상 출석하지 않거나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된다. 

뿐만 아니라 1심에서 5억원 배상이 선고된 가해학생 측의 항소로 진행된 재판도 제대로 챙기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유족 측 패소로 판단했는데,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제대로 된 변론 기회 없이 아무런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됐다. 

게다가 숨진 여고생의 어머니는 오히려 거액의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유족은 5개월이 지난 지난주에서야 이런 사실을 권 변호사를 추궁해 알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 측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 사과문을 게시하라고 했더니 그렇게 되면 자기는 매장된다며 그것만은 봐달라고 했다"면서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딸을 두 번 죽였다"고 울분을 표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한변호사협회는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변협은 "엄중한 사안"이라며 "회장 직권으로 조사위원회 회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협 회장은 징계 혐의가 있다고 의심되는 회원을 조사위에 회부할 수 있고, 징계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 가족이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패소하자 1,300만 원의 소송 비용을 청구했던 서울시교육청이 태도를 바꿔 소송비를 회수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강민석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은 브리핑 자료를 통해 이르면 이번 주말 소송심의회를 열고 소송 비용 회수를 포기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적극적,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