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이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배트를 힘차게 휘두르고 있다. / 사진 = KBS뉴스

김하성은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펼쳐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3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 9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장, 끝내기 홈런포를 작렬시켰다. 4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삼진 활약. 이날 경기를 마친 김하성의 시즌 타율은 0.385가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세 번째 시즌을 시작한 김하성의 올 시즌 타격감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하성은 지난 3월 31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4타수 1안타를 기록하더니 이튿날 3타수 3안타(2루타 2개) 1득점으로 물오른 타격감을 뽐냈다. 그리고 3일 경기에서는 침묵했으나, 4일은 '주인공'이었다.

김하성은 경기 내내 단 한 개의 안타도 치지 못하고 무안타의 좋지 않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다.

샌디에이고가 3-4로 뒤진 9회말이었다. 선두타자로 나선 데이비드 달이 애리조나 클로저 스캇 맥거프를 상대로 좌월 동점 솔로포를 작렬시켰다. 펫코 파크가 더욱 뜨거워졌다.

다음 타자는 김하성. 앞선 세 타석 모두 범타로 물러난 김하성이었지만 감독은 믿음을 줬다. 그러나 결국 9회 단 한 방으로 모든 걸 바꿔 놓았다. 김하성은 초구와 2구째 볼을 침착하게 골라낸 뒤 3구째 스트라이크를 보냈다. 4구째는 볼. 김하성이 3-1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했다.

그리고 5구째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90.2마일(약 145.2km)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았다.

맥거프의 슬라이더(145.1㎞)를 본 김하성은 지체없이 방망이를 제대로 힘차게 휘둘렀다. 타구는 김하성의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맞은 타구였고, 105.2마일(약 169.3km)의 속도로 날아간 공은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백투백 홈런으로 연결됐다. 김하성이 시즌 첫 홈런을 짜릿한 끝내기포로 장식한 순간이었다.

김하성은 방망이를 던진 뒤 헬멧을 벗으며 기쁨을 표했고, 샌디에이고 동료들은 홈에서 김하성을 뜨겁게 환대했다.

지난 2011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164순위로 LA 다저스의 지명을 받았던 맥거프는 2019시즌부터 4년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뛰었다. 맥거프는 통산 236경기에 등판해 15승 8패 59홀드 80세이브 2.94로 활약했고, 올 시즌에 앞서 메이저리그에 역수출된 선수로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김하성은 맥거프의 실투를 놓치지 않았고, 팀을 3연승으로 이끌었다.

이번 끝내기 홈런은 202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하성의 빅리그 커리어 통산 첫 끝내기 홈런이었다. 동시에 메이저리그 최초 역사의 주인공이 된 김하성이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8, 9번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끝내기 백투백 홈런을 터트린 건 이번의 달-김하성이 최초다.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의 경우, 9번 타순에 일반적으로 투수가 들어서기 때문에 홈런이 나오는 게 어려운 상황. 어쨌든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김하성이 됐다.

'AP 통신'은 "대타 데이비드 달과 김하성은 월요일 밤 샌디에이고의 3연승을 이끌었다. 9회말 백투백 홈런을 쳤다"며 "샌디에이고는 올해 처음으로 8~9번 타자의 백투백 홈런으로 승리를 거뒀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지 팬들은 허슬 플레이를 펼치는 김하성의 투혼에 늘 많은 박수를 보낸다. 5일(한국시간) 펫코 파크에서 펼쳐진 애리조나전에서도 김하성이 첫 타석에 들어서자 홈 팬들은 "하성킴"을 힘차게 연호했다. 과연 그가 올 시즌 어디까지 날아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시즌 첫 홈런을 끝내기 승리로 장식한 기쁨에 이어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역사에 '최초'로 이름까지 남기는 등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