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을 한달 앞두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하차와 관련 조태용 안보실장 체제로 빠르게 수습되고 있지만 뒷말이 여전하다.

한일정상회담 직전부터 외교안보라인에 균열 조짐이 수장 경질로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선 억측까지 나돌고 있다. 김성한 실장 사퇴 관측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강력 부인했다가 하루 만에 사표수리로 이어진 것은 윤 대통령이 비서관 문책으로 끝내려던 것을 인사조치 지시 불이행에 따라 김 실장까지 경질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국빈 방문 문화 행사 관련 보고를 여러차례 누락한 게 사태의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이외에도 대통령이 인사조치를 요구했는데 이 역시 이행하지 않으면서 직접적인 경질 사유가 된 걸로 알려졌다고 TV조선이 30일 전했다.

김 전 실장은 미국 질 바이든 여사가 제안한 한미정상 만찬에서의 공동 문화행사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 누락했다. 초청국의 대통령 부인이 성의를 갖고 제안한 것을 참모들이 보고 누락하는 이해불가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한미정상 부부가 참석하는 문화 이벤트는, 백악관 측이 정상간 신뢰와 우호를 양국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상징적 장면으로 보고 제안한 건데 보고를 하지 않아 정상 간 신뢰를 손상시켰다는 게 윤 대통령의 판단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라인을 통해 진상을 파악한 윤 대통령은 문책 차원에서 관련 비서관의 교체를 지시했지만, 김 전 실장은 곧바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범 의전비서관은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난 사실이 지난 10일쯤 전해졌지만, 이문희 외교비서관은 지난 23일까지 브리핑장에 나타나는 등 직을 그대로 유지했다.

결국 윤 대통령의 강한 질책에 지난 주말 이 비서관도 뒤늦게 사퇴를 하게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시 불이행은 사실상의 항명으로 받아들여졌다"면서 "비서관급 경질로 마무리하려고 했던 윤 대통령도 그 일로 김 전 실장의 거취 문제를 고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전 실장이 사퇴한 건 이 전 비서관 교체 사흘 뒤였다.

다만 대변인실을 통해 사퇴설을 일축한 이후 언론보도에 정치권 공방까지 벌어지면서 김 전 실장도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윤 대통령도 결국 사의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의 교체는 수차례 답변을 요구했던 미국을 배려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