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입법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헌법상 검사의 수사.기소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검수완박 개정법률이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2020년과 2021년 연속 추진된 검경수사권 분리와 검찰수사권 박탈에서 시작된 검찰개혁 논란이 2년 만에 일단락됐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출범전 검수완박법을 작년 4월 법사위, 본회를 속전속결로 통과시킨 지 11개월 만이다.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5명의 찬성으로 결정하는데 이번 검수완박법 사건은 아슬아슬하게 5대4로 결론났다. 문재인 정부가 지명한 이미선 재판관이 캐스팅 보트를 했는데 이 재판관마저도 법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해 검수완박법이 사실상 위헌판결이 날 뻔했다.

헌재는 23일 국회 입법 과정에서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면서도 법사위원장(당시 박광온)과 국회의장(당시 박병석 의원)의 법률 가결 선포 행위는 무효가 아니라고 선고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전주혜 의원 등 2명이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국민의힘 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와 법안 가결, 선포 무효를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2022년 4월27일 박광온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검찰 수사·기소 분리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를 선포했다. 

헌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청구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각하했다. 

각하 의견을 낸 5명(유남석 헌재소장·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검수완박' 입법은)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개정한 것"이라면서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 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에서 최대 관심사는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이 침해되는 지에 대한 문제였다.

이들은 법무부, 검찰이 영장 신청의 주체를 검사로 규정한 헌법 12조 3항과 16조를 근거로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에 보장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수사권·소추권이 행정부 중 어느 '특정 국가기관'에 전속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해석할 헌법상 근거는 없다"고 봤다.

이들은 또 "헌법상 검사의 영장 신청권 조항에서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까지 논리필연적으로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영장 신청권이 검사에게 있긴 하지만 이는 강제수사 남용 가능성을 통제하려는 취지에서 헌법에 도입된 것이지 이를 곧바로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으로 연결짓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헌재는 수사권이 검사의 '법률상 권한'이므로 국회의 법률 개정으로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수사권의 주체도 국회가 결정할 수 있다고 민주당의 손을 들어줘 정치적 정파적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헌법상 국가기관'만 청구할 수 있는 권한쟁의심판의 특성상 검사가 청구인 자격도 주요한 쟁점이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검사가 '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으로 법률상 권한에 영향을 받는 만큼 권한쟁의를 청구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검수완박법이 법무부 장관의 법률상 권한을 제한하진 않는 만큼 한동훈 장관의 청구인 자격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장관이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으나, 검수완박법으로 이 같은 지휘·감독 권한이 침해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 의견을 낸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헌법상 기능적 권력분립의 관점에서 ('검수완박' 입법은) 절차와 내용 모두에 있어 헌법상 한계를 일탈해 국가기관 상호간 협력과 통제의 관계를 광범위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재판관은 '검수완박' 입법 행위를 취소해야 한다고도 판단했다.

헌재는 국민의힘 유상범, 전주혜 의원이 국회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일부 인용했다.

헌재는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입법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했다는 지적이다.

헌재는 다만 국민의힘이 이 법을 가결·선포한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기각했다.

다수 의견은 "청구인들은 모두 본회의에 출석해 법률안 심의·표결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았고, 실제 출석해 개정법률안 및 수정안에 대한 법률안 심의·표결에 참여했다"며 권한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무부와 검찰의 권한쟁의에 각하 의견을 낸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 4명은 국민의힘 측 권한쟁의도 모두 기각해야 한다고 봤다.

반대로 법무부·검찰의 손을 들어 준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 등 4명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를 인정하고 개정안 가결 선포 행위도 무효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이미선 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의 회의 진행에 따른 국민의힘 의원들의 권한 침해는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법사위의 가결 선포 행위까지 무효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회의장의 개정 법률 가결 선포 행위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결국 법사위원장의 권한 침해만 인정할 수 있고,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에서의 검수완박법 가결 자체는 모두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검수완박법은 현행 규정을 유지할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됐다.

검찰은 2021년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와 대형참사)에 한정됐다. 그런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나머지 6대 범죄 수사권까지 모두 없애는 내용의 검수완박법을 추진했다.

그러나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과 '꼼수 입법' 논란, 법조계와 학계의 개정안 비판 속에 '부패범죄·경제범죄 등 2대 범죄에 한해 수사권을 남겼다.

검수완박법은 작년 9월 시행됐다. 그러나 민주당의 구상과 달리 현재 검찰의 수사 범위는 일부 영역에선 오히려 확대됐다. 검수완박법 시행 직전 한동훈 장관이 수사개시규정(대통령령) 때문이다.

새 수사개시규정은 검수완박법이 남겨둔 '부패범죄·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문구를 근거로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 유형을 넓혔다. 직권남용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처럼 공직자범죄·선거범죄로 분류됐던 범죄가 부패범죄로 재분류됐고, 기술유출 같은 방위사업범죄는 경제범죄로 재해석됐다.

문재인 정부가 '3천만원 이상 뇌물', '4급 이상 공직자' 등으로 수사 가능 범위에 붙였던 제한 규정이 모두 사라졌고, 경찰이 수사권을 가진 범죄라 해도 검찰에 송치된 뒤에는 전보다 자유롭게 추가·보완수사할 수 있게 됐다.

헌재가 이날 검수완박이 원천무효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과 상관없이 현행범에 기초해 만들어진 검수원복 시행령은 그대로 유지되게 된다. 

이 때문에 현행법이 유지되고 그에 따라 마련된 검수완박 법률의 하위규범인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도 유지돼 검수완박은 민주당의 구상과 빗나갔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