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헌 80조 예외조항을 적용받아 대표직을 유지하게 됐다.

이와 관련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당헌마저 지키지 못하는 게 민주적 정당이냐, 민주주의를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느냐, 벼룩도 낮짝이 있다는데 뻔뻔하기 짝이 없는 '철면피 집단'이라는 강도높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부정부패와 관련 기소되면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즉시 당무정지된다는 혁신안으로 발표했던 사안인 당헌 80조에 따라 당무회의 개최 시간까지 최소한 7시간이라도 당무정지했어야 하지만 이 조차도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 혁신위원회(위원장 장경태)가 당헌 80조 사항 삭제까지 검토하면서 민주당이 상대당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다는 주장은 더이상 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22일 위례·대장동 특혜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기소된 후에도 이 대표에게 당무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해 불구속 기소한 것을 정치탄압으로 유권해석하고 당헌 80조 예외조항 적용할 지 안건을 당무위원회에 상정했다. 당무위원회 결정이 나올때까지 당대표직이 일시 정지되는 것조차 막기 위해 당일 7시간 만에 당무위원회를 속전속결 진행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박홍근 원내대표 주재로 당무위원회를 열어 이 대표 기소를 부당한 정치 탄압이라고 판단한 최고위원회의 유권해석을 인정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 대표에 앞서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지난달 23일 기소된 기동민 의원과 이수진(비례) 의원에 대해서도 당무위는 같은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 당헌 제80조는 당직자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그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예외를 뒀다.

이날 검찰이 이 대표를 배임 및 제삼자 뇌물 등 혐의로 기소하자 민주당은 즉각 최고위원회를 열어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했고, 이를 당무위에 안건으로 부의했다.

당무위 결정은 검찰이 오전 11시께 이 대표 기소 사실을 밝힌 이후 불과 7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이 대표 기소 이후 당내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당헌 80조 적용 논란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한 달 전 기소된 기동민·이수진 의원에 대한 유권해석을 이날 함께 당무위 안건으로 올린 것도 검찰이 야당 의원을 겨냥해 전방위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계산이 깔린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당무위를 당일 소집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참석이 어려운 당무위원들에게 서면으로 최고위 해석에 대한 동의 여부를 밝히는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당무위는 당 소속 시·도당위원장이나 자치단체장 등 100명 이하로 구성되는 당무 관련 최고 의결기구다.

민주당은 이날 당무위에 전체 80명 가운데 30명이 현장에 참석해 전원 동의했고, 39명이 서면으로 동의 의견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실명으로 서면 의견서를 받은 것이 '동의 압박' 아니냐는 질문에 "당무위원이라면 당을 대표해 정치적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며 "긴급한 상황에서 서면으로 불가피하게 의사를 표시하는데, 그 정도 정치적 책임과 공개성은 요구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당헌 80조는 과거 민주당이 국민의 외면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며 위기에 직면하자 새출발을 하겠다며 국민 지지를 회복하고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를 맡아 당 쇄신책으로 당헌에 80조를 신설한 것이다.

민주당은 당헌 80조항을 신설한 이후 현역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이 조항을 적용한 적은 한차례도 없다. 

민주당의 당헌 80조 삭제 시도와 관련해 혁신의 혁신 단어 뜻이나 아느냐는 힐난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민주적 정당이 맞느냐, 민주주의를 입에 올릴 수 있는 정당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전날 당무위 결정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의 혐의와 검찰의 기소가 정치적 탄압인 지는 당 대표 업무와 관련있는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치원로인 이재오 전 의원은 23일 YTN에 나와 "이번 사건은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사건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시작된 사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치탄압이라는 것은 막나가는 것"이라며 "국민이 판단할 일을 야당의 입장에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이 대표가 대표가 되기 전에 이미 다 아는 거 아니었나 기소될 거라는 거 알면서도 대표에 출마한 것 아니냐"며 이 대표측의 정치탄압 주장이 억지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은 23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패널로 나와 "민주당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당헌 조차 못지킨다. 도덕성 우위에 있다고 했는데 이제는 그런 소리를 할 수 없게 됐다"며 "국민의힘은 만들어놓은 규칙은 지킨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전날(22일) "속전속결로 당헌 제80조 3항을 적용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막을 정비했다"고 비난했다.

유 대변인은 "예상했지만 대한민국 정당 민주주의는 또다시 이재명 방탄 앞에 무너졌다"고 했다.

민주당내 비명계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22일 CPBC 평화방송 '김혜영의 뉴스공감'에 나와 "저는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하면서 방탄정당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치고 노력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렇게 졸속으로 당무회의를 열어서 그냥 '답정너' 당무회의가 되면 국민들이 신뢰하겠냐"고 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이런 방탄정당이 되면 이게 이재명 대표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했다.

같은 당 조웅천 의원은 "최고위원회가 정치탄압이라고 규정하고 당무위에서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아시타비, 과유불급"이라고 지적했다.

또 검찰이 기소한 혐의 역시 이 대표가 국회에 입문한 이후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정치와는 무관한 성남시장 시절 최고행정책임자로 권한을 행사한 토착비리 혐의다. 이 대표가 대선 낙선 이후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기소될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뒤 반대를 무릅쓰고 당 대표까지 출마한 것은 당선된 뒤 자신의 과거 비리 연루 사건을 당 대표가 정치탄압으로 억지로 꿰맞추려는 비겁한 꼼수라는 지적이 많다.  

장덕천 전 부천시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장경태 의원의 혁신위 행태에 대해 "민주당을 어디까지 추락시키려고 하나. 당대표가 수령님이냐. 민주당의 ‘방탄’이미지만 강화시키는 개악이다. 혁신위원회가 아니라 유신위원회라는 소리가 나오겠다"고 비판했다.

일부 권리당원들은 23일 법원에 당무위원회 결정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백광현 씨 등 권리당원 325명은 "당헌 80조는 민주당의 도덕성 유지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민주당이 도덕성 우위에 있다는 상징적 근거였다"며 "당원들의 자부심을 꺾었다"고 밝혔다.

수준과 자질 미달인 자들이 여의도 정치권에 들어앉으면서 정치의 전반적인 품질을 하향 평준화시킨다는 지적이 확산되면서 내년 총선에서는 퇴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