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발사한 것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개회의를 열어 토의했지만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 중국의 입장이 맞서며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미일이 안보리 차원의 단합된 공식 대응을 거듭 촉구하며 소집된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조선을 옹호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조선의 군사적 조치는 한미연합훈련 등에 대응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북측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이사국인 미국과 일본은 물론 한국도 소집을 요청했다. 북측의 핵.미사일 관련으로 안보리가 소집된 것은 올들어 두번째다.

맨 먼저 발언에 나선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안보리의 두 이사국은 우리가 계속 침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안보리의 침묵은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말부터 안보리 의장성명 재추진에 나선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단 한 발의 ICBM 발사에도 안보리 결의를 채택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라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정권 보호"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만약 중국 국경에서 핵실험이 벌어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라며 거듭 중국 등을 겨냥한 뒤 북한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모든 이사국들의 의장성명 동참을 호소했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 프랑스 대사는 "1년 넘게 이어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안보리는 여전히 분열돼 있고 침묵하고 있다"면서 "안보리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프랑스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츠코 시노 일본 차석대사도 "북한이 전체 국제사회를 인질로 삼는 행동을 안보리가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나라가 핵 비확산에 동참하고 북한에 (제재) 구멍을 제공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가한 각국 대표들은 북한의 지난 16일 화성-17형 ICBM 발사와 19일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는 물론 19일 전술핵 폭발 모의시험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미국과 그 동맹들이 전례없는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벌인 것이 북한에 불안함을 갖게 한 것"이라며 미국 등에 화살을 돌렸다. 

겅 부대사는 미국, 영국, 호주의 핵잠수함 협력을 사례로 들어 "이중잣대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한 뒤 북한에만 핵무기 포기를 강요하는 곳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