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YS) 정부 당시 청와대 인사들과 상도동계·동교동계 정치 원로들이 지난 15일 문민정부 출범 30주년을 기념하며 김 전 대통령의 통합·개혁 정신을 강조했다.

김영삼민주센터,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가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주관해 연 문민정부 3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는 문민정부의 역사적 의미를 평가하는 한편, 최근 정치적 갈등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세미나에는 상도동계 대표 인사인 김덕룡 민추협 이사장과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민추협 이사장이 참석했다. 이석현 민추협 회장과 문민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수성 전 총리와 당시 청와대에 몸담았던 이각범 전 정책기획수석, 김기수 전 수행실장, 김영춘 전 정무비서관, 최양부 전 농림해양수석 등도 참석했다.

김 이사장은 "1993년 2월 25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 취임식은 단순한 한 대통령의 취임식이 아니라 30여년에 걸친 군사정치 문화를 청산하고 문민 민주주의 시대로의 위대한 전환을 선언하는 역사적 장면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이사장은 '이 땅에 다시는 정치적 밤은 없을 것'이라는 김 전 대통령의 취임사를 언급, "과연 이 땅에 다시는 정치적 밤은 없게 됐다"며 "문민정부 30년의 역사는 대한민국 민주화 30년의 역사와 궤적을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권 이사장도 세미나에서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 도입, 여성 사회참여 확대 등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열거하고 "김영삼 대통령이 대도무문의 큰길을 열어주신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30주년이 지난 오늘,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키고 쟁취했다고 말하기 부끄러워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스스로를 성찰하는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수성 전 총리는 "국내외적으로 난제가 산적해 있는데 국민은 갈라져 있고, 정치는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의 애국적 리더십을 본받아 화합·통합을 위한 양보와 관용을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당시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청와대 근무 당시 김 전 대통령을 보좌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과 만난 기억을 공유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30년 전 문민정부의 노력을 바탕으로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며 "저도 문민정부 일원이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외교를 펼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명예교수인 이각범 전 수석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모실 수 있는 최고의 상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 전 수석은 또 "야당 지도자로서도 김 전 대통령은 나라를 먼저 생각했지, 본인이나 당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다"며 "만약 지금 상황에서 야당 지도자를 했다면,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푸는 것에 대해 절대로 '제2의 이완용', '삼전도의 굴욕'이라고 비판하지 않고 동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추협은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문민정부 출범 30주년을 기념해 올해 하반기까지 총 6회에 걸쳐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되새기는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