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커플도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처음 나왔다.

법원은 21일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소수자 차별은 설 자리가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소성욱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1심을 깨고 소씨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동성이지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있다며 동성 결합 상대방의 법적 권리를 사법부가 처음 인정했다.

2019년 김용민씨와 결혼식을 올린 소씨는 이듬해 건보공단에 가족으로 등록돼 보험 혜택을 받았지만 언론을 통해 동성결혼 소식이 알려지자 공단은 '실수'라며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하고 8개월치 건보료를 내라고 했다.

소씨는 소송을 냈지만, 1심은 "남녀 결합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공단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법원은 두 사람을 사실혼 관계로 인정할 순 없다면서도, "동성결합 상대방도 성적 지향에 따라 택한 상대의 성별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같고, 법적 권리·의무도 다르지 않다"고 봤다.

이에 공단 처분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합리적 이유 없는 자의적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법률적 의미의 가족과 부양의무는 피부양자 제도의 출발점일지언정, 그 한계점이라고 할 수 없다"고도 했다.

건보제도의 사회보장 기능을 생각하면, 피부양자 제도는 법적 가족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법의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설 자리가 없다"고 선언하고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며 소수자 보호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판결문을 검토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