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모금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직접 구체적으로 후원금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에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네이버에 시유지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성남FC 후원이라는 '구체적 기여'를 요구한 것으로 밝혔다. 

검찰은 땅과 각종 인허가 등 '민원'이 있었던 네이버와 '정치적 성과'인 성남FC를 살려야 하는 이 대표 사이에 후원금을 고리로 한 '거래'가 성립했다고 판단해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했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의 수사 요지는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기업의 후원금을 받는 것이 위법임을 알면서도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성과 홍보를 위해 편의를 봐줬다는 게 요지다. 

◇ 성남시 땅 필요했던 네이버, 재선 도전에 치적 필요했던 이재명, 필요충분조건 맞춰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4년 8월 네이버가 사옥 건축 부지로 시유지 매입 의사를 보이자 김상헌 당시 네이버 대표에게 "부지를 서둘러 매각할 의사가 없고 다른 기업과 달리 네이버가 성남시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며 "네이버의 구체적 기여 방안을 원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시 네이버는 자체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이 교육부 인가를 받지 못하고 연간 60억∼100억원의 비용까지 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대학원대학 설립을 대안으로 모색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학교 건물과 땅이 필요했다.

그 무렵 성남FC는 모태인 성남 일화를 인수해 창단한 지 8개월 만에 부도 위기를 맞는다. 성남시장 재선을 노리던 이 대표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성과'를 만들고자 성남일화를 무리하게 인수했지만 운영자금 조달실패로 위기에 처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대표는 같은 해 10월 성남시 관계자를 통해 "네이버가 부지를 우선 매입하기 위해서는 성남FC에 50억원 후원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네이버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네이버는 정자동 부지를 사겠다는 뜻을 전했고,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이 본격적으로 협의에 나섰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네이버 측에 "이재명 시장의 가장 큰 고민이 성남FC의 자금 문제이고 여전히 50억원이 부족하다"며 "이 시장의 임기 내에만 성남FC에 후원하면 된다"고 한 사실도 파악했다.

협의 내용도 구체적이다. 양측은 후원금 액수를 40억원으로 최종 합의했다. 이후 후원금 출처가 네이버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제윤경 전 의원이 운영한 '희망살림'을 거치도록 해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네이버의 민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후원금을 주는 대신 건물 신축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 신축 건물 근린생활시설 지정, 최대용적률 상향 등을 요구해 성남시의 약속을 받아냈다. 후원금은 2015∼2016년 네이버의 민원이 하나씩 실현될 때마다 10억원씩 분할 지급됐다.

검찰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등의 협조 지시를 받은 성남시가 네이버를 적극 도왔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네이버가 분당수서도시고속화도로 진·출입로 변경을 요구하자 성남시는 "주변의 찬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네이버가 이런 '코칭'에 맞춰 주변 초등·중학교 관련 민간단체를 동원해 '자동차 진·출입로 변경이 필요하다'는 탄원서를 내게 한 것으로 드러난 게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