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과와 국민소득 수준, 삶의 질을 반영하는 대안경제지표 모색>

- 스티글리츠의 행복 GDP -                                                   <심상득 더연 연구팀장>

오래전부터 GDP(국내총생산)가 한 나라의 경제적 성과나 국민소득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최근에는 국민소득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서의 한계 뿐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삶의 질’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근본적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개최된 ‘제3차 OECD세계포럼’에서 스티글리츠 교수가 피력한 'Well-being GDP'(*) 내용을 정리해보고 나아가 국제기구 및 개별 국가들에서 제시하고 있는 대안 경제지표들에 대해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Well-being GDP'는 프랑스 사르코지 정부가 스티글리츠와 센 교수를 주축으로 구성한 ‘경제성과와 사회진보 측정을 위한 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제시한 대안지표이다.
 
위원회는 GDP, 삶의 질, 지속가능한 발전과 환경 등 세 가지 주제로 기존의 GDP 개념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대안지표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위원회 보고서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GDP의 한계
 
첫째, GDP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생산량’의 총합으로 실질소득 및 소비 수준을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한다.

둘째, GDP가 높으면 상대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암시하지만 이것이 주관적인 만족수준이나 ‘삶의 질’과 비례한다고는 할 수 없다.

셋째, 물적 자원, 인적 자원, 사회적 자본 등 미래세대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총체적 자원을 반영하지 못한다.

 
대안 GDP 지표 개발의 방향

첫째, 경제적 ‘생산’ 보다 ‘소득과 소비수준’을 정확하게 측정하여 구체적인 사람들의 ‘행복’수준을 파악하는 것으로 경제측정지표를 전환해야 한다. 또 평가기준을 생산요소의 투입 측면에서 벗어나 실제로 사람들이 얼마나 만족을 느끼고 소비하는지 그 성과로 바꾸어야 하며, ‘여가시간의 가치’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둘째, ‘가계’를 중심으로 접근해야한다. 대다수 국가들에서 실질 가계소득은 1인당 GDP보다 더 낮은 비율로 성장하고 있다. 가계 소득․소비에는 정부의 교육·보건 지출과 가계의 금융기관 대출금 이자 지급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GDP 추계에는 국방비 등 방어적 지출과 교도소 운영비용, 출퇴근 비용 등도 ‘생산’ 항목으로 측정에 포함되고 있지만, 이것들은 그 자체로 직접적인 효용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므로 국민소득 추계에서 배제해야 한다.

셋째, 소득과 소비뿐 아니라 ‘자산’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물질적·자연적·인적·사회적 자본의 양이 미래에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 또 이런 자산에 거품이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환경자원의 지속 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상품 생산량뿐 아니라 ‘부채’를 고려해 국가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경제 전체의 부채와 자산 변화를 계산해야 한다.

넷째, 소득·소비·자산의 분배에서 평균이 아니라 ‘중위값’(어떤 주어진 값들을 크기 순서로 정렬했을 때 가장 중앙에 위치하는 값)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1인당 국민소득’ 같은 평균적 지표는 경제적 성과를 종종 왜곡한다. 특히 소득분배가 불평등할수록 단순 평균은 실제 삶의 질 변화를 충실하게 포착하기 어렵다. 대다수 사람들의 소득이 변하지 않거나 다수의 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일부 고소득층의 소득이 크게 증가하면 1인당 평균소득은 증가할 수 있다. 이때 중위값을 사용하면 중간 수준의 소득을 얻고 있는 이들의 소득 변동을 제대로 포착할 수 있다. 평균적 시각에서 탈피해 경제 내의 소득계층과 그룹별로 소득의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다섯째, 가계생산 등 ‘비시장적 활동’을 국민소득 통계에 적극 포함해야 한다. 가사노동이나 자원봉사 같은 비시장적 활동도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특히 개발도상국일수록 가계생산 활동은 비중이 큰데, 이를 핵심 국가계정의 위성계정으로 만들어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내야 한다.

위원회는 물질적 생활 기준뿐 아니라 보건, 교육, 정치적 참여, 노동조건, 사회적 관계망, 환경, 사회경제적 불안정 등을 모두 포괄해 새로운 사회발전 지표를 작성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위원회는 이번 보고서(**)에 담긴 권고사항을 기초로 대안적 GDP 지표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OECD와 UNDP 등 국제기구와 각국의 통계청과 협조해 작업을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지표추계 방식 매트릭스를 만들어나간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