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정부투자기업이나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돼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스튜어드십을 작동해야 한다고 30일 밝혔다.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포스코나 KT, 우리금융, KB국민 같은 기업들은 주인없는 기업으로 비리와 불합리, 비효율과 책임지지 않는 경영행태가 비일비재해 투명성을 위해 기금과 연금 등의 스튜어드십 작동을 통해 투명하게 감시해야 한다는 지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영화된 공기업이나 주요 금융지주 등 이른바 주인없는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연금과 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적극 참여해 지배구조의 선진화, 투명성 제고를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 검사 시절 기업 비리와 관련된 특수부 수사를 통한 경험에서 한국 경제의 비리 사슬을 꿰뚫어 보고 투명한 지배구조 및 선진화 필요성 등을 체감한 바 대선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와 토론이 끝난 뒤 마무리 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와함께 대통령실은 약 6,000자의 마무리 발언 전문도 별도 공개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은행 등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이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고 거기서 만들어진 지배구조로 경영진이 경영 활동을 하면, (과거 공기업 때와 같이) 기업과 사회의 비용 및 수익을 서로 일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튜어드십은 소유가 분산돼 지배구조 구성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선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며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주인 있는 기업'에 대해선 "스튜어드십이 과도하게 작동되면 연금 사회주의화 시키는 부분이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은행에 대해서는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로운 설립 대신 인허가 형태로 운영 중이고 과거 위기 때는 은행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했다"며 "그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의 거버넌스가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또 "금융통화 정책은 정부가 개입하기보다는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이 은행들과 함께 하는 것이 맞는다고 보지만 위기가 왔을 때 위기를 극복하는 소위 '트래픽 컨트롤' 기능은 정부와 함께해야 한다"고 주지했다.

윤 대통령은 또 "올해부터는 '체인지 씽킹'(Change Thinking), 즉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직접금융시장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주식·채권을 통해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자본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조해온 대로 금융시장 선진화를 강조했다.

그는 "미국 보스턴의 경우 세계적인 의약 회사와 이를 지원하는 법률회사, 회계법인, 컨설팅 회사와 금융투자 회사가 모여 있다"고 설명하고 "성장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고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도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원회가 중심이 돼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국제화, 경쟁력 강화에 나서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하나의 금융 리스크가 발생하면 국가 전체의 금융시스템이 무력화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당국에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도덕적 해이와 금융사기 근절 필요성도 언급하며 "미국 검찰이 금융시장의 도덕적 해이, 사기와 반칙을 하는 사람들을 엄단했기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관심을 갖고 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금융 산업이 고수익을 창출하고 우리 미래 세대에도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금융산업 육성 정책까지 아울러서 논의해달라"고 했다.

금융정책을 두고선 "작년에 국민들도 많은 고통을 감내했지만 어쨌든 파국을 면하며 비교적 거시적 안정화, 또 산업 실물 면에서 적기의 금융 지원, 서민에 대한 금융 지원 대책들이 그래도 원만하게 이뤄진 것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자리는 민관을 망라해 금융권 핵심 관계자들이 모이는 '대규모 업무보고'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11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업무보고는 오후 3시 시작해 만찬까지 포함해 5시간 30분간 토론, 의견개진 등 종합적으로 진행했다.

한편 대통령 업무보고는 지난달 21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이날 금융위까지 18개 중앙부처와 4개 처, 4개 위원회, 청 단위 일부 기관까지 대면 업무보고는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