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에서 에콰도르 에네르 발렌시아가 개최국 카타르를 상대로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사진 = KBS뉴스 캡처

사상 첫 겨울월드컵과 중동 개최지로 선정된 카타르가 92년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개최국이 첫 경기 패배하는 흑역사를 남겼다.

카타르는 2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에콰도르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0-2로 졌다.

현지시간으로 오후 7시. 팬들의 카운트다운 속에 사상 첫 중동에서의 월드컵 개막전이 열렸다. 약 6만 석을 수용하는 알바이트 스타디움은 카타르의 팬들로 가득 찼다. 카타르 팬들 대부분은 전통 의상인 아바야를 입었다.

카타르의 응원을 주도하는 팬들은 붉은색 옷을 입었다. 이들은 하프라인을 기준으로 왼쪽 중앙에 자리한 채 열띤 응원을 시작했다.

원정 응원을 온 에콰도르 팬들은 주로 관중석 오른쪽에 자리 잡았다.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관중석을 채웠던 에콰도르 팬들은 다수의 카타르 팬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응원을 이어갔다.

홈 팬들의 응원 속에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카타르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선제골을 내줄 뻔하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에콰도르 공격수 에네르 발렌시아가 헤더로 카타르 골망을 갈랐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도입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시스템을 통해 노골이 선언됐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시스템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번 대회서 처음 선보인 것으로 오프사이드로 인해 발생하는 오심을 잡아내기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에콰도르는 카타르를 그냥 두지 않았다. 전반 15분 기어코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카타르 팬들은 다시 머리를 쥐어 잡았다. 이번에도 비디오 판독을 원하는 분위기였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전반 16분 키커로 나선 에콰도르 에네르 발렌시아(페네르바체)는 카타르 팬들의 야유 속에서도 가볍게 오른쪽 구석으로 공을 차 골을 터뜨렸다. 카타르 관중석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에콰도르 팬들은 잃어버린 골을 되찾았다는 듯이 힘차게 뛰어올랐다.

페네르바체(튀르키예) 소속인 발렌시아는 지난 시즌 한국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민재(나폴리)와 한솥밥을 먹었었다.

전반 31분에 발렌시아의 추가골이 터지자 같은 상황이 한 번 더 나왔다.

전반 39분 에콰도르 팬들이 파도타기 응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마음이 상한 카타르 팬들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물결은 바로 가라앉았다.

승산이 없는 모습을 보이자 카타르 팬들은 무더기로 관중석을 이탈하며 경기 종반에는 텅 빈 관중석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카타르는 후반에 에콰도르 골문을 두드리며 만회골을 노렸지만, 첫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결국 에콰도르가 개최국 개막전 무패 공식을 깨트리고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한편 월드컵 개최국이 대회 첫 경기에서 진 건 카타르가 처음이다.

앞서 월드컵 역사에서 개최국이 첫 경기를 패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개최국은 대회 개막전(7승3무)을 포함, 첫 경기에서 16승6무다.

10년 전 월드컵 개최권을 따낸 카타르는 귀화 선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이변을 꿈꿨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서 열린 아시안컵 우승은 카타르에 큰 희망을 줬다.

하지만 월드컵은 냉정했다. 세계 축구를 주도하는 남미와의 격차는 생각보다 컸고, 개최국 첫 패배라는 굴욕을 당했다.

1차전 패배를 기록한 카타르는 오는 25일 세네갈과 2차전(알투마마 스타디움)을 벌인다. 이어 30일 네덜란드와 최종전(알바이트 스타디움)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