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5일 내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사회적 약자 배려와 경제성장 동력 확충을 두가지 축으로 했다.

남북, 및 대외관계에서는 북핵 포기와 비핵화, 한국형 3축체계 대북 억제력 등 대북 압박기조를 재차 강조하며 반북 대결적 시각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복합 위기로 대내외적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사회적 약자 중심의 복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회의 법정 기한내 예산처리를 당부했다.

◇ 반지하 셋방, 장애인 등 약자만 7번 언급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약자'라는 단어를 7번, '취약계층'이라는 단어를 2번 언급했다.

32차례로 가장 많이 사용한 '지원'이란 단어도 약자와 취약 계층 관련 예산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다수 나왔다.

글로벌 복합위기로 가장 먼저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 지원에 예산과 정책의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경제는 13번, 투자는 9번, 산업은 5번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국정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은 '약자 복지'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만든 것으로 알려진 '약자 복지'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을 '표를 얻기 위한 정치 복지'로 규정하고 차별화한 것이다. 

약자 복지를 위해 반지하 셋방 이전 지원과 노인 기초연금 확대, 한부모 가정 지원대상 확대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5부 요인 및 여야 지도부 환담에서도 "약자 복지의 미흡한 점이 보이면 언제든 지적해달라.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원자력,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 등 미래 성장기반 구축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무너진 원자력 생태계 복원을 강조하며 원전 수출,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전 해체기술 개발 등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 지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하며 전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청년도 6차례 언급하며 청년 원가주택, 청년 자산형성 등 청년층에 대한 다방면에 걸쳐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 "여야 따로 있을 수 없어"…'협치' 대신 '협력' 강조

국회와의 협치, 협력을 당부하며 두번째 시정연설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리고자 5개월여 만에 다시 이 자리에 섰다"며 '국회의 초당적 협력',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회와 머리를 함께 맞댈 때' 등 초당적 협력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국내 정치와 관련해 '협조'는 1번, '협력'은 2번 언급했다. '국회'도 6차례 등장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로 인한 경제위기, 핵 위협을 포함한 조선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등 군사 행동 등으로 경제·안보 현실이 엄중해진 만큼 여야를 초월해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떠나 민생 해결에 힘을 보태야 할 때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무리하면서도 "법정기한 내 예산안을 확정해 어려운 민생에 숨통을 틔워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협치'라는 말 대신 '협력'을 강조한 것도 눈길을 끈다.

예산안 심의·의결을 위해 절대 다수인 제1 야당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협력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연설에는 윤 대통령의 키워드인 '자유'와 '연대'는 언급되지 않았다.

"산업과 자원의 무기화, 공급망의 블록화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언급한 정도다. 법과 질서, 혹은 법치라는 경직된 문구도 사용하지 않았다.

5부 요인 및 여야 지도부와의 사전환담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법치'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이 끝난 뒤 의원석에 내려와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민주당의 보이콧으로 휑한 가운데 진행한 연설을 감안해서인 지 군소야당부터 챙겼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은 텅 빈 민주당 의석을 마주 보며 시작했다. 연단 기준 좌측에는 국민의힘 의원, 우측에는 국무위원들이 자리했다.

연설 뒤 윤 대통령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자리로 먼저 향했다. 

윤 대통령은 목례하는 용 의원에게 손을 건넸다. 이어 조 의원,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인 양향자 의원과 연달아 악수했다.

정의당 의원들은 시정연설이 끝난 직후 본회의장을 나가 자리에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어 5부 요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한덕수 국무총리와 차례로 고개를 숙이며 악수했다. 최 원장의 경우 5부 요인에 속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의장석으로 이동해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김 의장은 박수로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기존 연설문 원고에 있던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에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대법원장님, 헌법재판소장님, 선거관리위원장님, 그리고 감사원장님"이라는 표현을 추가하기도 했다.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등으로 야권 공세를 받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감사원장을 시정연설에서 별도로 거론한 점이 눈에 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2022년도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에서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국회의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이라고만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시정연설 때와 같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당시에는 민주당 의원들과도 악수했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시정연설 전후로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 구호를 외쳤다.  

윤 대통령은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다 2선 후퇴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과도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장 의원의 어깨를 툭툭 치기도 했다.

시정연설이 끝난 뒤에도 6분간 국회 본회의장에 머물던 윤 대통령은 김진표 의장에게 악수를 건넨 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