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가습기살균제 증거 조작 의혹 고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전날(22일) 오후 2시 송운학 공익감시민권회의 대표와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관련 41개 단체는 지난 6월 로펌 김앤장과 보건복지부·환경부 관계자, 기업 관계자 등 총 43명을 증거위조죄, 위조증거 사용죄, 변호사법 위반(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김앤장은 조명행 서울대 교수의 흡입독성 실험결과 보고회에 참석해 결과를 알았으면서도 옥시의 은폐 조작에 가담해 국민의 생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데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2011년부터 옥시 법률자문을 맡은 김앤장이 2014년 옥시 임직원에 대한 형사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에 은폐한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옥시가 2011년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을 맡긴 '가습기살균제의 안전성 평가' 책임자였다.

당시 옥시에서 실험비를 받고 가습기살균제와 관련 불리한 연구 데이터를 조작·누락해 최종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조 교수에 대해 연구용역비를 다른 용도로 쓴 사기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증거위조와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들 단체는 고발인 조사에 앞서 이날 오후 1시30분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의 재수사를 환영한다"면서 "철저한 수사로 희생자의 한을  풀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발인 대표로 참여한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집단 살인 행위지만, 범행 후 10여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손해배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가습기 살균제는 기업이 허위광고를 하고 증거를 조작해도 경찰과 검찰 단계에서 모든 것이 무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및 유가족 대표는 "형식적인 재수사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고 2차 가해"라면서 "피해자들은 각종 질병과 고통에 시달리며 죽어가고 있다. 경찰은 철저한 수사가 희생자의 한을 풀어주는 "고 강조했다.

이번 고발에서는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들에 대해서만 책임의 초점이 맞춰졌던 것과 달리 원료를 공급하고 허위광고를 한 원료제조업체에 대해 책임을 강조하고 나선 점이 특징이다.

이들 단체들은 지난 6월 가습기살균제 속 유해물질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고 제조·유통한 책임자로 SK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던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옥시와 SK케미칼 전·현직자, 유해 가습기 살균 제품을 제조·판매한 유통업체 대표, 보건복지부와 환경부 관계자 등도 같이 고발했다.

8월에는 가습기참사를 방조했다며 한정애, 한화진 환경부 전.현직 장관과 SK케미칼 등 6대 가해기업에 대해서도 추가 고발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고자는 올해 5월 기준 7737명으로, 이 가운데 4318명이 피해자로 인정됐다. 피해자 중 24.5%인 1059명이 사망한 상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 총 6611건 가운데 옥시 3699건(55.9%), 애경산업 1163(17.5%), 롯데마트 353건(5.3%) 등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