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의 피해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책임 소재를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태풍 관련 위험이 충분하게 예보됐는데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는데도 막지 못한 원인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원인 분석을 통해 문제가 무엇인 지 살펴보고 대책 마련과 함께 경영진의 개편까지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49년 만에 처음으로 쇳물을 생산하는고로가 한꺼번에 3기가 모두 멈춰섰다. 

1년 365일 24시간 멈추지 않은 유일한 분야인 철강에서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사례가 한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포스코는 추석 연휴 기간 복구에 전력하면서 고로 3기를 재가동 시작했다. 일당 170만원을 지급하며 전기공을 모집해 응급 복구에 투입했다.

포스코는 제품을 가공해 수요자에 맞는 제품으로 가공하는 압연공장 피해복구를 3개월 이내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포스코가 완전히 재가동되려면 최대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열연 공장 같은 경우는 최대 6개월 이상 정상화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스테인리스와 다른 부분들도 상당 기간 복구에, 정상화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하지만 포스코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장문의 보도자료에서도 수해 복구활동만 소개할 뿐 공장의 피해 정도와 재가동 시기 등 중요 사항에 대해선 언급조차 안 하고 있다.

그러면서 포스코 본사 이전 문제로 포항시와 갈등을 빚었던 포항시와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포스코 부회장이 전날 포항시를 찾아가기도 했다.

산업부는 이날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포항제철소가 입은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특히 이번 피해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장 차관은 "태풍 힌남노가 충분히 예보된 상황에서도 이런 큰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저희들이 중점적으로 한 번 따져볼 예정"이라고 방점을 찍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기록적 폭우에 만조가 겹치면서 하천이 범람해 피해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민간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수해복구와 철강 수급 조사단을 구성해 피해 원인 등을 분석하고 책임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태풍 피해 조사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며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수순을 밝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정부 때 임명돼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고 임기는 오는 2024년 3월까지다.

최정우 회장은 주목되는 발언을 했다.

"포스코는 이제 공기업이 아니다. 일제시대 피흘린 선열들의 피의 댓가로 받은 돈으로 지어진 업체라는 시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이번 참사의 원인을 자연재해로 돌리고 있지만 인재로 드러날 경우 경영진의 책임론이 불거져 인사태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