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취학을 1살 앞당기는 학제개편안을 발표했던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한발 후퇴했다. 

설익은 정책을 발표했다가 반발에 부닥치자 정책 폐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교육부는 발표 직후 학부모 단체가 강력 반발하는 등 의견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업무보고에서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며 학부모단체와 만났다.

박 부총리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를 위한 교육부-학부모단체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정책 폐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국민이 정말 원하지 않는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해도 학부모 우려를 가라앉힐 수 없다면 정부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학제개편안 등 업무계획을 발표한 이후 의견 수렴을 위해 처음으로 마련한 자리다.

간담회에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한국교육개혁전략포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박 부총리는 "선진국 수준의 우리 초등학교를 활용해 아이들에게 교육과 돌봄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안전한 성장을 도모하고 부모 부담을 경감시켜 보자는 것이 목표"라며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즉각 정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는 "이 발표 하나에 당장 사교육계가 선전을 하는데 어떻게 감히 공교육을 입에 담느냐"며 "정책을 철회하는 것이 맞다. 사퇴 운동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공론화는 찬반이 비등할 때 필요한 것"이라며 "지금처럼 모두 황당해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반대하는 이 사안에 대해 왜 굳이 공론화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정 대표는 "이미 자라고 있는 아이들도 불행하다며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지금 산적해 있는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시면서"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에 박 장관은 정 대표의 손을 잡아끌어 위로하려는 듯 손등을 쓰다듬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손을 뿌리치며 "장관님 제가 위로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라며 팔을 뿌리쳤고 박 장관은 머쓱해 했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달 29일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학제개편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