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 및 예산 확보를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 = 전장연 제공

오늘(1일) 장애인 단체가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약 한달 만에 재개하면서 서울 지하철 5호선 일부 구간에서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이로 인해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여의도역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30분이 걸렸을 정도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날 오전 8시3분께부터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출근길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 따라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을 기준으로 상선 약 1시간, 하선 50분 정도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전장연은 광화문역에서 여의도역까지 향한 뒤, 9호선으로 갈아타 국회의사당역으로 향했다. 전장연은 철창살로 제작된 대형 운반 수레도 동원했다. 여기엔 권달주 상임공동대표가 휠체어를 탄 채로 탑승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승차 과정에서 이 수레가 문틈에 있을 때 그 앞을 휠체어로 가로막는 방식으로 열차 운행을 지연시켰다. 이들은 여의도역에서 9호선으로 환승해 오전 10시14분께 국회의사당역에서 시위를 종료했다.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를 진행한 것은 지난달 4일 이후 4주 만이다.

당시 전장연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답변을 기다리겠다"며 7월 말까지 출근길 집회를 유보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4주 동안 전장연은 일부러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는 하지 않았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회관에서 추 부총리를 만나 면담을 가졌다.

그러나 면담 이후 전장연은 "추 부총리는 '전 부처의 요구사항을 다 담아내면 대한민국 나라가 망하는 것'이라며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반영에 대해 답하지 않고 '검토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면서 "인식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시위 재개 이유에 대해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추 부총리는) 부자들을 위해선 신속하고 소신 있게 감세해주더니 장애인권리예산은 34차례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도 불구하고 안 된다고 한다"며 "장애인권리예산 확보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장애인권리예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5개년 계획을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부터 내년도 본예산에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 장애인 돌봄서비스 확대, 장애인 노동 교육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서울 지하철 일대에서 출퇴근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편 현장에 탑승해 있던 시민들은 경찰이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왜 경찰은 방관하고만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 남성은 경찰들을 향해 "저 사람들이 문틈에서 버티면서 열차가 움직이질 못하고 있는데, 왜 경찰은 구경만 하고 있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또 다른 남성은 "경찰이 오히려 전장연의 시위를 돕고 있다"며 화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