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열린 경찰서장 회의와 관련 경찰 수뇌부가 회의 참석자들에 대해 강력 대응했다.

경찰청은 전날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하고 회의에 참석한 서장들에 대한 감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난 지 1시간 30분 만에 류 서장에 대해 대기발령을 내렸다.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를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등 수뇌부가 만류했지만 회의를 강행했고 회의 도중 내린 '해산 지시'도 따르지 않아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회의에 직접 참석한 총경 50여 명에 대해서도 감찰이 시작됐다.  

이에 대해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전 울산 전 중부경찰서장은 "경찰의 앞날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한번 의논해보자 그것이었는데, 갑자기 그것을 불법으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서장들은 관할 지방 경찰청장에게 관외 여행 신고도 마친 상태였다. 류 전 서장은 내일 윤 청장 후보자를 만나 회의 결과도 전달할 예정이었다.

당초 윤 후보자 측에서 먼저 연락해 면담 일정을 잡았다가, 급작스런 대기 발령과 함께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류 전 서장은, 외부 압력 의혹도 제기했다.

류삼영 전 서장은 "회의 후에 약속까지 한 상태에서 회의 중간에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거는 청장님의 뜻이 아닐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국을 통한 인사권 장악의 실제를 보여준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류 전 서장은 "인사권 장악의 목적이 이런 것이다. 부당한 지시를 내려도 순응해라, 하지 않으면 넌 징계할 수 있다. 이를 정확하게 보여줬다"고 했다. 

윤 후보자는 주말에도 출근해 보고를 받았지만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오는 30일 전국 경찰서의 경감 경위급 중간간부들도 한 자리에 모이자는 제안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삭발 시위를 벌이며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온 경찰직장협의회는 25일 경찰청 앞에서 류 전 서장 인사조치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하기로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용납할 수 없는 집단행동이라며 정부 차원의 엄정 대응을 요구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경찰은 군대와 마찬가지로 무력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그런 기관"이라며 "그런 기관이 지금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은 일부 경찰이 문재인 정권에서 충견 노릇을 자행했다며 비판했다. 경찰 출신인 이철규 의원은 전날(23일) "후배 경찰관들에게 호소한다. 어떤 경우든 집단행동은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경찰은 군(軍)과 함께 무력을 수반하고 검찰과 같이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법체계를 무시하고 집단행동을 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권은희 의원은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에 대해 직권남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윤석열 정권이 공안 통치를 하려 한다, 경찰 중립성을 논의하는 문제에 전두환 정권식 경고와 직위해제를 한 것에 대단히 분노한다고 밝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사장급 회의는 되는데 왜 경찰서장 회의는 안되나? 경찰의 중립성을 위해서 용기를 낸 경찰서장들에 대해서 제재가 가해진다면 민주당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 대표에 출마한 강병원 의원은 경찰국 설치는 법 위반이라며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