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을 성폭행한 뒤 숨지게 한 피의자가 경찰에 의해 호송되고 있다 / 사진 = SBS뉴스 캡처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같은 학교 남학생이 치사죄로 오늘(22일) 검찰에 송치됐다. 치사죄는 살인의 고의성이 없을 때 적용된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이날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한 인하대 1학년생 A(20)씨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5일 오전 2시께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에 있는 5층짜리 단과대학에서 지인인 20대 여성 B씨를 성폭행한 후 3층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추락 후 1시간 30분 가량을 건물 앞 길가에서 피를 흘린 채 방치됐다가 당일 오전 3시49분께 행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3시간 뒤 결국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처음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약하게 뛰고 있는 상태였지만 A씨는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채 B씨의 옷을 챙겨 자신의 자취방으로 도주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A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해왔다.

A씨가 B씨를 고의로 떠밀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건 현장에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실험을 하고 법리를 검토했으나 살인 혐의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B씨를 밀지 않았다"며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A씨는 검찰 송치 전 경찰서 앞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느냐. 어떤 의도로 범행 장면을 촬영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입을 굳게 닫았다.

그는 또 B씨를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범행 장면을 촬영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A 씨 휴대전화에서 범행 당시 찍은 영상을 확보하고 '불법 촬영'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이 영상에는 범행 장면은 제대로 담겨있지 않고 음성만 녹음된 상태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B씨를 밀지 않았다"며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다만 B씨가 추락한 뒤 119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B씨가 추락한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했지만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 측이 대비할 수 있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면서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는 법률 전문가 의견과 판례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한편 인하대는 가해 남학생을 상대로 징계 절차에 착수하고 2차 가해 대응에도 나섰다.

인하대는 학칙 제50조 징계 규정에 따라 준강간치사 혐의의 A 씨에게 징계를 해달라고 대학장에게 의뢰한 상태다. 규정에 따른 징계는 근신, 유기정학, 무기정학, 퇴학 등 4가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