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녹음기 앞·뒷면과 착용 모습 / 사진 = 서울교통공사 제공

서울교통공사는 오늘(21일) 직원들이 폭행·폭언 피해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신분증 케이스’ 형태의 녹음기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평소 신분증을 담는 목걸이로 쓰이지만, 뒷면 버튼을 누르면 녹음을 할 수 있는 기능의 제품이다. 직원들이 사무실 밖에서 폭행이나 폭언을 당했을 때 증거를 남길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직원이 폭언·폭행을 당할 경우 법적 조치를 위해 증거가 필요한데, 그간 급박한 상황에선 이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대응이 쉽지 않았다"고 지급 이유를 설명했다.

신분증 녹음기는 평소 신분증을 담는 목걸이로 사용하지만 비상시 뒷면 버튼을 누르면 바로 자동 녹음이 가능하다. 직원들이 사무실 밖에서 폭행, 폭언을 당할 때 증거를 남기기 용이하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월 직원들에게 신분증 녹음기 226개를 지급한 데 이어 이달 18일부터는 731개를 추가로 보급했다. 보급이 완료되면 근무 중인 모든 역의 직원 및 지하철 보안관이 신분증 녹음기를 각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앞서 공사는 지난해 9월 보디캠 50개를 주요 혼잡역 직원과 보안관 소속 조직 등에 지급하기도 했다.

공사에 따르면 직원들이 폭행·폭언을 당해 정식 보고된 사례는 2020년 176건, 지난해 160건이다. 이번 상반기에만 이미 89건이 집계돼 올해 건수는 예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피해 직원수는 지난 2년 연속 200명을 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 4월 18일 이후로는 폭행·폭언 사례가 더 늘었다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4월 17일까지 공사에서 시행한 상담, 대면 지원, 경찰서 동행 등 감정노동 보호 활동은 하루 평균 0.83건이었지만, 그 뒤터 지난 6월까지는 1.44건으로 늘어났다고 서울교통공사는 설명했다.

직원이 전동차 소란행위를 저지르는 승객을 말리는 경우, 역사 내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경우에 폭언·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측은 "흉기 소기자가 난동을 부리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조규주 서울교통공사 영업계획처장은 "지하철 안전을 책임지는 공사 직원을 대상으로 한 폭언·폭행은 타 시민들에게도 큰 위협이 된다"며 "정도를 넘은 사건에 대해서는 무관용으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