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6.1 지방선거 이후 불거진 당내 계파 갈등 수습을 위해 '수박' 단어 사용 금지령을 내리고 사용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공개 경고했다. 

당 수습 임무를 맡은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전날(1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과 지방선거 연패 이후 책임론을 둘러싸고 계파 갈등이 고조되자 계파 갈등의 상징이 된 ‘수박’이란 단어를 금지어로 선포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수박’ 이런 단어 쓰시는 분들 제가 가만 안 놔두겠다. 심지어 공당의 대표를, 우리 당의 대표를 하신 분한테도 수박이라고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건 자기 모멸 아닙니까”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수박' 이란 단어는 친이재명계나 이재명 의원 지지층에서 겉은 민주당 의원이면서 속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의힘 쪽이라고 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주로 친이재명계가 친이낙연계 의원을 겨냥해 사용한다.

민주당은 3.9 대선과 6.1 지방선거 연패 이후 이재명 의원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6.1 지방선거 당시 이 의원이 자성해야 할 시간에 너무 일찍 등판한다는 당 안팎의 논란 속에 출마가 강행되자 가라앉았던 비판이 6.1 지선 패배를 계기로 책임론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자 이재명 지지층인 개딸과 당내 친명계 의원들이 이 의원 옹호에 나섰다. 

지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싸고 친명계와 비명계 간 계파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총괄선대본부장의 책임이 크다'는 비명계와 '특정인을 겨냥한 책임론은 안된다. 당이 책임져야 한다'는 친명계가 충돌했다.  

홍영표 의원 등과 정성호 의원을 중심으로 책임론 공방이 한차례 벌어진 뒤 정세균 이낙연계 계파 해체 선언과 함께 잠시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후 대표적인 정세균 전 총리계인 이원욱 의원이 수박을 거론한 것을 계기로 다시 분출했다.

정 전 총리와 고려대 동문인 이 의원은 이재명 책임을 거론했다가 문자폭탄 세례를 받았다. 이 의원은 가장 많은 문자가 '수박'이란 단어라며 "그렇다면 내가 대표 수박이 되겠다"고 했다. 

10일에는 수박 사진을 올렸다. 그러자 친 명계인 김남국 의원이 11일 직접 나섰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 의원의 포스팅은 아주 아쉽다"며 "국민에게 시비 걸듯이 조롱과 비아냥거리는 글을 올려서 일부러 화를 유발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동 같다"고 이원욱 의원을 겨냥했다.

여기에 이 의원이 "(당 내 강경파 모임) '처럼회' 해산을 권유한다"며 김 의원을 겨냥하자 김 의원이 다시 "도둑이 선량한 시민에게 도둑을 잡으라고 소리치는 꼴"이라고 맞받았다.

김 의원은 특히 "모기 한 마리를 잡았는데 또 한 마리가 나타났다. 구멍이 난 것 같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당내 처럼회와 비명계 간 갈등은 이수진 의원과 윤영찬 의원 사이에 벌어졌다. 이수진 의원은 처럼회 소속으로 친명계로 분류되고 윤 의원은 친이낙연계다.

이수진 의원도 윤영찬 의원을 겨냥해 청와대 계신 분이 울면서 언론자유를 외쳤다고 비난했다. 

운 의원은 대표적인 이낙연 전 대표계로 분류된다. 이에 윤 의원은 이런 분과 같은 당에서 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가 출국한 뒤 가짜뉴스가 확산되고 있다고도 했다.

급기야 당내 갈등 수습 임무를 맡은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직접 경고장을 날리고 나섰다.

우 비대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통해 "분명히 말하지만 원내대표를 할 때도 쓸데없이 발언하는 의원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조심들 하셔야 할 것"이라며 '입조심'을 당부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의 여러가지 제도와 정책, 비전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보장할 생각"이라면서도 "그러나 인신공격, 흑색선전, 계파적 분열의 언어는 엄격히 금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광재 전 의원, 박용진 의원 발언 등 좋은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예를 든 뒤 "공격적 언어를 쓰면 안 된다"며 "'수박' 이런 단어를 쓰시는 분들은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박이 뭐냐.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것 아니냐"면서 "같은 당인데 어떻게 그렇게 공격할 수 있냐?"고 질타했다.

이어 "국회의원들이 그래서 되겠나. 품격 있는 논쟁과 건강한 발언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원래 '수박'이란 단어는 원래 1945년 해방 직후 극우 반동 세력이 좌익인사들을 색출하면서 소위 빨갱이 사냥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이후 극우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들을 비아냥, 폄하 조롱하면서 사용한 은어다. 계엄군의 폭력 진압으로 시민들이 피를 흘리는 잔혹한 장면을 광주에서 무등산 수박이 많이 나는 것과 수박을 깨면 속이 빨간 것에 빗대 조롱하는데 사용했다. 

극우 성향에서 사용된 수박 논란이 민주당으로 들어와 계파 갈등에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