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이 12일 엿새째를 맞으면서 장기 파업의 분수령을 맞고 있다. 

첫 주말인 전날(11일)부터 물류 차질에 이어 생산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시멘트 운송,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소주 출하가 마비 상태다. 

◆'파업 장기화 분수령' ..하이트진로 소주출하 마비, 현대차 생산차질, 포스코도 출하 적체 시작

파업이 지속되면서 부품공급이 중단되면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생산 중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도 광양공장에서 적체된 채 출하가 중단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은 노사관계로 바라보는 한편 사태 해결은 하지 않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안전 운임제 연장, 확대를 비롯한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이 노사협상으로 해결될 수 없는 정책적 사안이다. 

화물연대가 올해 12월 말 종료되는 안전운임제 연장 확대와 운송료 인상, 지입체 철폐 등을 요구하며 7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휴일인 12일 파업 6일째를 맞아 사태가 장기화 될 지 첫번째 분수령을 맞고 있다. 파업에 참가한 화물차량이 늘어서 있다. <사진 화물연대본부 제공>

화물연대는 통상적인 노동조합과 달리 개인 차주들이 운송비 부담과 과적, 과로운전에 공감해 구성된 차주들로 구성돼 있고 화주 업체에 지입제로 운영되고 있다. 

◆ 화물연대는 노사관계 자체가 성립 안돼, 노조 요구 안전운임제는 입법사항, 정부 '중립' 태도는 문제 해결 손 놓는 것 

적정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안전 운임제는 교통안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인 안전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안전 운임제는 2020∼2022년 3년간 시행한 뒤 올해 말 폐지된다. 안전 운임제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개인 차주들의 노사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어서 국회 입법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으로 정부의 조정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며 파업이 장기화하기 전에 정부의 조정과 중재 노력이 시급한 부분이다. 

정호희 씨는 "컨테이너, 철강, 시멘트, 완성차는 화물연대 가입률이 높고 대체 수송 수단이 없기 때문에 당장의 물류 차질은 물론 복구에 필요한 시간도 기하급수적으로 길어진다"며 "정부와 국회가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파업에는 비조합원들도 파업에 나서고 있다. 이 문제가 화물연대 노조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에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하는 사람이 노동에 반대해서 할 수 있겠느냐고 한 바 있다. 

사측의 불법 사항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도 밝혔지만, 이번 파업은 조합원이 개인 차주들이어서 사측을 상대로 한 파업이 아니다. 

노정관계 성격이 더 강하다. 노사 모두에게 불법에 엄정 대응만 강조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운행방해 행위에 대한 공권력 행사로 11일 하루 41명을 연행하고 이 중 1명을 노조 간부 1명을 구속했다. 민주당은 정부 책임만 부각하는 정치적 행위만 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11일 강서구 신항삼거리 일원을 중심으로 지역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오전 8시25분쯤 신항삼거리에서 노조원 270여 명이 한쪽 방향 도로를 완전히 점거하고 앉아 화물차량 운송을 방해했다. 경찰은 업무방해 및 공무집행방해로 화물연대 노조원 6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이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파업 영향으로 부산항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지난달 같은 시간대 대비 33.6% 수준에 그쳤다. 전날(10일) 기준 부산항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7,268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같은 시간대 하루 평균 반출입량 2만 1,604TEU))에 비해 1만 4336TEU(33.6%) 감소한 것으로 파업 전 대비 66.3%까지 떨어졌다. 울산에서도 파업으로 현대자동차와 울산신항 석유화학 단지 내 기업에도 생산 차질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소속 조합원 2,600여 명 중 14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해 파업 참가율이 54%를 보였다. 

노조는 이날도 현대자동차, 석유화학단지, 울산신항 등 투쟁 거점 지역에서 물류 이동을 막고 있다. 파업 참여 노조원 1,000여 명은 현대자동차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차량의 진입을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조합원 200여 명가량은 신항만에 배치돼 조합원과 비조합원 가리지 않고 컨테이너 차량을 막고 있다. 전남 광양항과 포스코 광양제철소,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도 물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광양항의 경우 게이트 일일 반출입량은 사흘째 '0'을 기록하다가 나흘째인 전날 처음으로 40피트짜리 컨테이너 9대·18TEU를 반출했다. 해당 컨테이너는 긴급 물량으로 내부에 농수산물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날은 반출입량은 다시 '0'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도 철강 제품 등 현재 6만 톤의 물류가 반출되지 못하고 내부에 적체돼 있다. 

광양·여수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인력 400여 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다행히 충돌은 발생하지 않아 경찰에 사건 접수는 없는 상태다. 화물연대 전남 본부는 광양·여수 지역 등 노조원 1,500여 명이 지난 7일 출정식을 하고 총파업에 들어갔다. 

◆ 군산항은 비노조원도 파업참여...생물, 냉동컨테이너 등 긴급, 사료용 곡물은 반출 허용  

전북 군산항에서도 조합원 900여 명이 5일 차 파업을 진행했다. 화물연대 전북본부는 군산항 일대에 20여 개 거점을 마련하고 부두마다 화물차를 세워두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군산항은 비노조원들도 일부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군산항에 들어온 생물과 냉동 컨테이너 등 긴급을 필요로 하는 품목에 한해 반출을 허용하고 있다. 또 군산항에 발이 묶여 있던 사료용 곡물에 대한 반출도 허용하고 있다.

화물연대 측은 "오래 묶히면 상할 수 있는 생활에 밀접한 품목이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곡물값 폭등에 따른 국내 사료값 인상 등 물가 불안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에서는 서산 대산공단과 아산 현대자동차, 당진 부곡공단 등 10여 곳에서 조합원 700여 명이 파업 집회를 열었다. 주말을 맞아 물동량이 적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집회 참석 조합원들이 전날에 비해 줄어들며 4일째보다 파업 참여 인원이 줄었다. 

노조원들은 폭력을 자제하면서 충돌은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이 노사관계에 따라 자율로 진행되도록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그러나 화물연대 파업은 조합원 개개인이 차량의 소유주가 개인차주여서 지입제로 운영된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화물연대 노조원은 차주로 화주와 지입 관계다"라며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선 원인인 안전 운임제 연장 확대는 국회 입법과 관련됐다.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과 조정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정부의 역할을 촉구했다. 국회도 올해 말 종료되는 일몰제를 연장하는 법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화물연대 측과 최근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화물연대 지도부는 "민주당이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사태 파악과 함께 입법 노력을 주문하면서 책임 떠넘기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